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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el Bleu Jan 12. 2019

1. 스코틀랜드의 미스터리 한 성당  로슬린 채플

Rosslyn Chapel


9세기 북유럽 노르웨이에 살던 노르만족 귀족 가문이 있었다.

그들 중 프랑스의 노르망디 지방에 자리를 잡은 후손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11세기 영국을 정복한 '노르만 정복(Norman Conquest)'의 주인공 윌리엄 왕과는 사촌지간이었다. 이들 중 용맹하기로 유명한 8명의 기사가 윌리엄 왕과 함께 '노르만 정복'에 참여하였고 그중  스코틀랜드에 정착한 집안이 있다. 생 클레어(St.Clair) 가문이 바로 그들이다.

로슬린 채플 전경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남쪽으로 20여분 차를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마을에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는 생 클레어 가문의 채플인 로슬린 채플이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이 채플은 유럽의 거대한 성당들에 비하면 작고 아담하게까지 보이지만 크기와는 상관없이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어서 많은 호사가들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곳이다.

영화 다빈치 코드

영화 다빈치 코드를 본 사람들이라면 주인공 랭던 교수(탐 행크스 분)와 여주인공 소피가 루브르에서 시작하여 성배의 행적을 쫓아가던 중 찾아가는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성당을 기억할 것이다. 그곳이 바로 오늘 이야기가 전개될 생 클레어 가문의 로슬린 채플이다.



의미가 확실치 않은 많은 상징과 장식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고 아직 풀리지 않고 설명되지 않는 수수께끼의 전설들로 가득 찬 이 곳을 하나씩 탐험해 보기로 한다.


생 클레어 가문과 템플 기사단과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이 가문이 콜럼버스 보다 먼저 북아메리카를 탐험했음을 알려주는 의문의 상징들,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실제 주인공 윌리엄 왈라스와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왕 로버트 부르스와 생 클레어 가문의 친밀한 관계 등 캐면 캘수록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채플의 역사는 1446년 집 안의 3대 손인 윌리엄 생 클레어(Sir William St. Clair)가 가족 채플을 짓기 시작한 데서 시작된다.

40여 년이 걸려 완성된 채플의 모습은 십자가형의 외관은 다른 채플과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내부의 장식들은 가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 기이한 상징물들로 가득 차 있다. 아마도 이런 특이한 형상들 때문에 많은 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런 드라마틱한 요소들을 다빈치 코드의 저자 댄 브라운은 멋지게 연결고리를 만들어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써 내려간 것이리라.


로슬린 성당

생 클레어 가문은 성배를 지키는 템플 기사단과 깊은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템플 기사단의 초대 수장인 위그 드 파양(Hugues de Payen)이 생 클레어 가문의 딸인 캐서린과 혼인하였다는 것도 기사단과의 연관성에 상당히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무엇인가 심오한 뜻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범상치 않은 의문의 형상들과 지하에 성배가 모셔져 있다는 소문, 예수님의 두개골 중 한 부분이 묻혀 있다는(혹자는 세례 요한의 것이라고도 하고) 소문들이 구전되면서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성당 입구 창문에 장식된 생 클레어 가문의 문장인 십자가
윌리엄 생 클레어의 묘석

성당 입구의 창문에 장식되어 있는 십자가는 생 클레어 가문의 문장인데 템플 기사단의 상징과 유사하다.  실제로 이 채플을 세운 윌리엄 생 클레어의 묘석에는 템플 기사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템플 기사단은 교황 클레멘스 5세와 프랑스 왕 필리프 4세의 함정(https://brunch.co.kr/@cielbleu/27 참조)에 빠져 1307년 10월 13일 금요일에 수장 쟈크 드몰레와 그의 추종자들이 체포되어 결국 1314년 파리의 센 강변에서 화형에 처해지지 않았던가.


100년이 넘는 시차가 있지만 여기서 우리는 프리메이슨(freemason)이란 이름을 떠올리게 된다. 로슬린 채플은 건설 당시 템플 기사단 소속 석공들만으로 채플을 지었다는 소문도 무성하여 그들이 프리메이슨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런데 성당 안에 들어 서면 특이한 성당 안의 모습에 이 성당에 얽힌 이야기들이 전부 사실일 것 같다는 확신마저 든다.


성당 안의 레이디 채플과 독특한 천장 장식

천장은 기존 성당들의 심플한 고딕 양식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금방이라도 머리 위로 쏟아질 것 같은 꽃과 별들의 부조물들로 가득 차 있다.

제단 뒤편 창문에는 생 클레어 가문의 문장인 십자가가 템플 기사단의 문장과 거의 같은 모습으로 스테인드 글라스를 장식하고 있다. 템플 기사단은 예루살렘의 솔로몬 성당(현재 Temple Mount지역으로 추정됨)을 지키고 관리하는 임무를 맡았었는데 당시 비밀스러운 일들이 진행되었다(성배를 가져갔다는 등)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는 기사단이다.

그래서 이 집안과 성배를 지키는 기사단과의 이야기를 더욱 미스터리하게 만들고 있는 듯하다.


템플 기사단과의 연관성을 보이는 부조가 있는데 말을 탄 두 인물의 모습이다. 기사와 십자가를 든 두 인물이 말을 같이 타고 있는 모습인데 이처럼 한 말에 두 명의 기사를 태우는 방법은 템플 기사단이 자주 쓰던 방법이라고 한다.


템플 기사단 문장에 그려진 한 말 위에 두 명의 기사

그러나 다른 해석은 기사단이었던 윌리엄이 실제 십자가(홀리 루드:Holy Rood)를 스코틀랜드로 가져오는 모습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래저래 풀리지 않는 애매함은 여기도 남는다. 에든버러에 있는 홀리루드 성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된 것이라 한다.



성당의 메인 채플인 레이디 채플 앞에는 두 개의 멋진 기둥이 장식되어 있는데 왼편은 수석 석공(Master Mason)이 만든 것이고 오른편은 그의 제자(Apprentice)가 만든 기둥이다. 수석 석공이 자리를 비운 사이 제자가 기둥을 만들었는데 후에 그것을 본 수석 석공은 제자의 솜씨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질투심으로 그를 죽여 버렸다고 한다.

파란 화살표가 'Master's Pillar', 핑크 화살표가 'Apprentice Pillar'다.(좌),'Apprentice Pillar'(우)


너무도 재주가 뛰어난 이들은 그의 재주를 시기하고 비밀로 하기 위해 목숨을 빼앗기거나 눈을 빼버려 장님으로 만들었던 일들이 역사적으로 많이 일어났음을 생각하면 이 또한 그런 부류의 사건으로 여길 수 있겠으나 우연의 일치인지 똑같은 일이 과거 예루살렘의 솔로몬 성당에서도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어 로슬린 채플은 많은 부분이 솔로몬 성당과 유사함을 짐작케 한다.


한눈에 담기 벅찰 정도로 많은 성경에 나오는 천사와 사탄, 십자군 기사의 부조물들이 천장과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기존에 보아 오던 성당은 그림이나 조각상들로 성당 안을 화려하게 장식하곤 했는데 이곳은 천장과 벽에 조각된 부조물들로 장식되어 있다. 다양한 천사의 모습들도 우리가 기존의 성당에서 보아온 모습과는 다른 모습들이 눈길을 잡는다.

'추락하는 루시퍼'(좌)와 '연인과 사탄'(우)

그중에는 거꾸로 추락하는 루시퍼 천사의 모습이 무척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천사를 이런 모습으로 표현하지는 않지 않는가? 아무리 루시퍼 라 해도 말이다.

또 다른 부조는 설명은 '연인과 사탄'이라고 되어 있는데 내 눈에는 신앙심 깊은 사람 사이를 사탄이 끼어들지 못하고 팽 당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보기 나름이다.

채플을 세운 윌리엄 생 클레어의 모습도 칼을 든 기사의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스코틀랜드 답게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천사의 상도 있다. 그런데 백파이프가 작품에 표현되기 시작한 것이 1400년대 중반부터라면서 아마도 로슬린이 거의 최초일 거라는 가이드의 설명이 귀에 남는다.

윌리엄 생 클레어 부조(좌)와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천사상(우)


무엇보다 로슬린에서 가장 의문과 시선을 끄는 것은 아마도 '인디언 옥수수' 문양과 '그린맨' 부조일 것이다. 이건 종교적 문제와 역사의 팩트를 바꿀 정도의 임팩트를 가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성당 남쪽 창문을 장식하고 있는 인디언 옥수수 문양(좌)과 북미에서 발견된 벽화(중앙), 그린맨(우)


인디언 옥수수는 당시 스코틀랜드에는 서식하지 않는 식물이었다고 한다. 이것은 북아메리카에서 가져온 것으로 추정한다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콜럼버스가 북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이 1492년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럼 시기상으로도 로슬린 채플보다 50여 년이나 뒤의 일이다. 혹자는 나중에 만든 거 아니겠느냐 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말이다...

뉴펀들랜드의 원주민 인디언들 사이에는 전해오는 전설이 있는데 배를 타고 동쪽에서 온 신의 사도들이 자신들에게 농사법과 그물로 고기 잡는 법 등을 가르쳐 줬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고 한다. 더 결정적인 것은 매사추세츠 주에서 발견된 기사도 복장의 벽화다. 이 복장은 로슬린 채플을 세운 윌리엄의 할아버지와 같이 북 아메리카를 탐험한 것으로 알려진 제임스 경(Sir James Gunn of Clyth)의 갑옷과 칼, 방패로 확인되었다. 결국 생 클레어 집안이 미국 대륙을 탐험했다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로 입증되는 셈이다.

그럼 콜럼버스는?

잠시 갸우뚱하고 있는데 일행 중 누군가 가이드에게 질문을 던진다. 전문 항해사나 탐험가도 아닌 그들이 왜 미지의 땅인 북아메리카까지 갔느냐고.

'13일의 금요일'이란 무서운 제목이 붙은 템플러 기사단의 처형 사건(https://brunch.co.kr/@cielbleu/27 참조)으로 박해를 피할 새로운 장소를 찾아야 했던 남은 기사단원들이 개척한 진로가 북아메리카였다는 설명이 돌아온다. 시기적으로 그럴 수 있었겠다는 생각에 머리가 끄덕여진다.


그런가 하면 성당에 100여 개가 장식되어 있다는 '그린맨'의 모습도 심상치 않다.

입에서 식물의 덩굴이 쏟아져 나오는 형상으로 만들어진 그린맨의 모습은 풍요와 번영을 의미함과 동시에 때로는 악행을 저지를 수도 있는 이 지역의 요정을 나타낸 것이라 한다. 로슬린에 있는 부조 중 유일한 비종교적인 부조다.

그런데 그린맨의 얼굴을 중심으로 팔방으로 뻗어나간 표시를 보고 템플 기사단의 십자가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아니 원래가 그 의도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윌리엄의 묘석에도 8 방향 십자가가 부조되어 있다. 애매모호한 표현들로 무엇이든 미스터리하게 만드는 여러 상징들이 넘쳐나는 로슬린 채플이다.


부조 가운데 심장을 들고 있는 천사상도 있다. 이 심장은 스코틀랜드 왕 로버트 부르스(로버트 1세:1274-1329, 1314년 영국의 에드워드 2세와 싸운 최초의 스코틀랜드 독립 전쟁인 배넉번(Bannockburn) 전투를 승리로 이끈 스코틀랜드 독립운동의 영웅이다.)의 것이다. 로버트 부르스는 죽음 앞에서 자신의 심장을 예루살렘에 묻어 달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생 클레어 가문의 기사들은 그의 유언대로 심장을 예루살렘으로 가지고 가던 중 스페인에서 무어인들과의 전투를 하게 되었는데 비록 전투에서는 졌지만 기사들의 용맹함에 감탄한 무어인들은 부르스의 심장을 생 클레어 가문에 돌려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로버트 부르스의 심장은 로슬린 채플에서 남쪽으로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스코틀랜드의 멜로즈 성당(Melrose Abbey)에 안치되어 있다.

심장을 들고 있는 천사상과 로버트 부르스의 초상화
폐허가 된 멜로즈 성당과 부르스의 심장이 안치된 곳


채플 지하에는 성배가 모셔져 있다는 전설이 있는 성물 안치소(Sacristy)가 있다. 이곳은 로슬린 채플에서 가장 오래된 공간으로 채플이 완공되기 전에는 이곳에서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이곳 지하에 성배가 있을 거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나 이 공간은 공개하지 않고 있어 더욱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레이저로 조사해본 결과 빈 공간이 있는 것으로 확인은 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 공간은 근처의 로슬린 성으로 연결되어 있어 비밀스러운 무엇인가 있지 않겠나 하는 의문은 들지만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고.

이래저래 로슬린 채플은 과학이 발달했다는 21세기에도 이야기도 많고 해결되지 않은 의문도 많이 남은 미스터리 한 채플로 남아 있다.

지하 1층의 성물 안치소



로슬린 채플을 다녀간 다빈치 코드의 주인공은...


성배를 찾아가던 다빈치 코드의 주인공 랭던 교수는 호텔 자신의 방에서 면도하다 말고 갑자기 중요한 것이 떠오른 듯 호텔을 뛰쳐나온다.  

그가 도착 한 곳은 바로 루브르의 역피라미드였고 막달라 마리아가 그 밑에 모셔져 있다는 암시를 주며 이야기는 끝나는데 마지막 대사는

                             "The Holy Grail  'neath ancient Rosslyn waits

                              The blade and chalice watch o'er her gates

                              Adorned by masters loving art she lies

                              As she rests beneath the starry skies"

이렇게 끝난다. (https://brunch.co.kr/@cielbleu/117 참조)

루브르의 '역 피라미드'

여기서 'blade'는 역피라미드 밑에 있는 돌로 된 삼각뿔 모양의 조형물로 남성성을 나타내고 'chalice'는 역피라미드로  여성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막달라 마리아를 지키고 있으며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로 장식되었다는 표현은 루브르 전체를 의미하고 별빛 아래는 밤에 역피라미드를 통해 들어오는 별빛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으니 그럴듯한 설정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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