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 파스텔화의 대가 '로살바 카리에라(Rosalba Carriera:1673-1757)'의 작품 'Portrait of a Man in Pilgrim's Costume'을 '모리스 캉탱 드 라 투르(Maurice Qauantin La Tour:1704-1788)'가 그린 '마담 퐁파두르의 초상(Marquise de Pompadour)'의 의상 한 부분을 커튼처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Nicolas Party, The Frick Collection, Ocula, Photo: Joseph Coscia Jr.
그런가 하면 '장 에티엔 리오타드(Jean-Etienne Liotard:1702-1789)'와 그의 작품 'The Chocolate Girl'의 스커트 부분을 인용하여 배경으로 그리고 니콜라스 파티 자신이 그린 초상화를 걸어놓은 작품도 있다.
Nicolas Party, Frick Collection, Ocula, Photo: Joseph Coscia Jr.
로살바 카리에라, 그리고 그녀의 작품 'Portrait of a Man in Pilgrim's Costume'.
'모리스 캉탱 드 라 투르', 그리고 그의 작품 'Marquise de Pompadour'.
'장 에티엔 리오타드'와 그의 작품 'The Chocolate Girl'.
모두 파스텔화의 회화사에 한 획을 그은 대가들과 그들의 작품이다.
그리고, 21세기 파스텔 화가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 니콜라스 파티까지.
뉴욕의 프릭 컬렉션(Frick Collection)에서 23년 6월 1일~24년 3월 3일에 열렸던 파티의 독특한 전시회 사진이다.
니콜라스 파티와 로살바 카리에라 전시장 전경, Frick Collection, Ocula, Photo by Joseph Coscia Jr.
파스텔화는 로코코 시대에 전성기를 맞았었다.
빛과 어둠의 대비를 극대화시켜 무겁고 강렬한 이미지를 그려냈던 바로크 미술에서 벗어나 색과 빛의 화려한 표현에 집중한 18세기 로코코 미술의 특징과 파스텔이라는 회화소재는 시대적 니즈가 맞아 찰떡궁합이었다.
거기다 18세기 유럽의 당시 사회적 요인도 파스텔화의 인기 상승에 한몫을 했다.
귀족과 부유한 금융가들이 18세기 파리의 화려한 주택(hôtels particuliers)을 장식하는데 파스텔로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최고로 원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파스텔 초상화의 대가로 명성을 날리던 베니스의 로살바 카리에라가 파리를 직접 방문하게 된 것은 그 열기를 고조시키는 촉매가 되었다.
더구나 파스텔화를 보관할 수 있는 유리판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자 파스텔화의 인기는 더욱 치솟았다.
현재와 같은 파스텔은 16세기 북부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졌고 이것을 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이탈리아 우루비노 출신의 화가 '페데리코 바로치(Federico Barocci:1535-1612)'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루벤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대 화가로 알려져 있다.
Head of a Young Woman Looking to Lower Right, Federico Barocci, 1565, Metropolitan Museum of Art,NY
파스텔 화는 처음엔 드로잉과 초상화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는데 17세기에 베니스의 '로살바 카리에라'가 그린 미니어처 초상화는 국경을 넘어 큰 인기를 끌어 그녀의 초상화를 얻기 위해 베니스를 방문하는 귀족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로살바 카리에라는 평생 결혼하지 않았고 84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 당시 그랜드투어로 인기 절정이었던 유명한 베두타(veduta) 화가 카날레토(Canaletto:1697-1768)보다도 10배나 큰 영지를 남겼다고 하니 그녀의 명성을 짐작할 수 있다. (https://brunch.co.kr/@cielbleu/260 참조)
현재까지도 그녀는 파스텔화의 대가로 불린다.
Rosalba Carriera, Portrait of a Man in Pilgrim’s Costume, ca. 1730–40, Frick Collection, NY
18세기에 와서 파스텔화는 드로잉보다는 페인팅에 많이 쓰인다.
짧은 획이나 직선을 이용해서 그리는 드로잉으로 시작해서 문지르고 블렌딩 하여 회화적 효과를 내면서 초상화를 비롯 신화적 장면이나 일상 생활상등을 그려내어 회화의 한 축을 형성하게 된다.
초상화의 범주를 벗어나 회화의 한 부분으로 영역을 확장시킨 데는 제네바의 '장 에티엔 리오타드(Jean-Etienne Liotard:1702-1789)'의 영향이 컸다.
The Chocolate Girl, 1744, Jean-Etienne Liotard, Staatliche Kunstsammlungen Dresden
18세기를 대표하는 파스텔 화가로는 당대를 호령했던 루이 15세의 애첩 퐁파두르 부인의 초상화를 그린 '모리스 캉탱 드 라 투르(Maurice Qauantin La Tour:1704-1788)'를 빼놓을 수 없다.
Madame de Pompadour, 1749, Maurice Qauantin La Tour, Louvre
한때는 오일 페인팅보다 격이 낮다고 여겨지기도 했던 파스텔은 19세기에 와서는 에드가 드가(Edgar Degas:1834-1917)가 700여 편의 파스텔화를 남기는가 하면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1881-1973) 역시 파스텔화를 즐겨 다뤘다.
'Blue Dancers', 에드가 드가, 1897, 푸시킨 뮤지엄, 모스크바
'여인의 두상', 피카소, 1921,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뉴욕
로코코 시대에 전성기를 맞았던 파스텔이 300여 년이 지난 뒤 로코코 시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젊은 화가를 통해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호암 갤러리에서 열리는 니콜라스 파티의 "더스트' 전시회다.
연약하고 부드러운 소재의 특성에 맞춰 전시회 제목을 '더스트'로 붙인 센스도 눈길을 끈다.
21세기의 새로운 버전의 파스텔화 전시회는 입구의 '폭포'라는 제목의 거대한 벽화로부터 시작된다.
폭포, 2024, 니콜라스 파티
파티는 그라피티 미술과 음악을 조합한 퍼포먼스를 병행하는 작가로 전형적인 파스텔화가 아닌 선명하고 강렬한 존재감을 잘 표현하여 21세기적인 독특한 작품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고 있는 작가다.
대학에서 영화와 그래픽 디자인 3D애니메이션을 공부한 그는 미술사(Art History)는 영감을 주는 보고라고 생각하고 유명 작품을 자신의 작품 안에 인용하는 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피카소의 명언을 잠시 생각게 한다.
"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이라는.
그는 이번에 5개의 대형 벽화를 그렸는데 전시회가 끝나면 이 작품들은 사라질 거라 한다.
그 첫 번째 작품이 전시장 입구의 폭포벽화였고..
두 번째 작품은 벨기에의 상징 작가 '윌리엄 드구브 드 뉭크(William Degouve de Nuncques:1867-1935)'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동굴 벽화다.
조선시대의 백자 '태호(태를 담는 항아리)'를 같이 전시했다.
동굴과 '태호'가 가지는 큰 의미를 생각게 하는 작품이다.
동굴+백자 태호, 2024, 니콜라스 파티
세 번째 벽화는 붉은색 나무가 소재인데 강렬함이 느껴지는 나무 기둥 숲이다. 스위스의 한스 엠메네거(Hans Emmennegger:1866-1940)와 벨기에의 레옹 스필리에르트(Léon Spilliaert:1881-1946)의 작품을 인용했다는 해설이 따라온다.
가운데 버섯과 나비가 있는 초상화는 버섯은 척박한 땅의 재생을, 나비는 변화와 완벽한 재 탄생을 의미한다고 한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오토 마르세우스 반 스리크(Otto Marseus Van Schriek:1613-1678)의 작품을 인용했다고 한다.
나무 기둥+버섯이 있는 초상(2019), 2024, 니콜라스 파티
네 번째 작품은 산 벽화다.
스위스 화가 페르디난트 호들러(Ferdinand Hodler:1853-1918)의 작품을 인용한 것인데 두 그림의 다른 점은 호들러의 산은 실제 산이고 파티의 그림 속 산은 상상 속의 산을 그린 것이라 한다.
고려시대의 '금동 용두보당'을 앞에 전시했다.
용의 머리를 한 사찰입구에 있던 당간(법회나 기도등의 행사를 알리는 기를 걸던 기둥)의 미니어처 작품이다.
산+금동 용두보당(고려 10-11세기), 2024, 니콜라스 파티
마지막 다섯 번째 벽화는 잿빛구름이다.
뭉게뭉게 피어나는 하얀색의 구름이 아니라 잿빛의 구름은 핵폭발 같은 불길함을 전해준다.
그 가운데 그려진 예지력과 죽음을 나타내는 부엉이 초상화는 묘한 감흥을 전한다.
부엉이 초상화는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의 '공포의 동반자(companions of fear)'를 인용했다.
구름+부엉이가 있는 초상(2021), 2024, 니콜라스 파티
파티가 인용한 원작품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관람 포인트다.
윌리엄 드구브 드 뉭크(William Degouve de Nuncques)
한스 엠메네거, 레옹 스필리에르트,오토 마르세우스 반 스리크(좌로 부터)
페르디난트 호들러
Companions of fear, Rene Magritte,1942
역시 그가 보여주는 작품들은 내가 봐 왔던 파스텔화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로코코 시대와 소재만 같을 뿐 현대화 냄새를 물씬 풍기는 작품들이었다.
회화도 사회적 니즈에 따라 변화된 모습으로 창작됨을 보여주는 독특한 전시회다.
자신만의 독특함을 최대한 살려 작품을 보는 순간 '이건 파티의 작품이네.'란 확신을 어렵지 않게 갖게 하는 대단한 작가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이 젊은 작가가 그의 재능을 어디까지 펼쳐낼지 앞으로의 행보에 큰 기대를 하게 되는 멋진 전시회였다.
복숭아가 있는 초상, 2024, 니콜라스 파티(좌), 사슴이 있는 초상, 2024, 니콜라스 파티(우)
나무가 있는 세폭화(Triptych), 2023, 오일, 니콜라스 파티(좌)/가을 풍경,2024, 니콜라스 파티(우)
커튼(카라바조의 'Death of the Virgin'작품에서), 2021, 니콜라스 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