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루브르 조금 다른 이야기

삐딱하게

by Ciel Bleu


Musée du Louvre

75058 Paris Cedex 01


루브르의 공식 주소다.

일반 행정 주소가 아니라, 이곳만의 고유 주소다.

루브르!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수많은 작가들이 소재로 다룬 이 거대한 뮤지엄의 이번 이야기는 루브르의 명작들만큼이나 유명한 유리 피라미드에서 시작한다.

쉴리관에서 내려다본 피라미드 광장(나폴레옹 광장:나폴레옹 3세의 루브르 재건 정책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루브르 앞에는 유리 피라미드가 루브르와는 불가분의 관계인 듯 우뚝 서 있다.

1989년에 완공되었으니 거의 40여 년의 세월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1871년 튈르리궁이 소실되기 전의 나폴레옹 광장 모습(루브르 역사관)

과거의 모습과 비교해 봐도 현재의 피라미드가 세워진 모습이 더 멋지게 보인다.

익숙함은 우리의 감각이나 기억도 어렵지 않게 바꾸어 버린다.


루브르의 역사는 12세기말, 3차 십자군 전장에 참여하던 당시 왕 필리프 2세가 파리를 보호하기 위해 지은 요새로부터 시작된다.

이런 배경의 루브르이니 40여 년의 세월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sorj13.jpg 쉴리관 지하 1층에 있는 역사관

루브르의 역사관에 가면 초창기 루브르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모형이 있다.

정사각의 요새와 파리를 보호하려는 장벽의 모습이 지금의 루브르 모습과는 많이 달라 한참을 들여다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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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기 루브르 요새와 파리 보호 성벽 모형(좌)/현재 루브르 위치와 비교하여 그린 지도(우)(요새의 위치가 쉴리관 위치와 거의 같다.)

전시실에는 공사당시 발견된 과거 교각을 그대로 보전하여 전시하고 있어 루브르 역사의 흐름을 현장감 있게 느껴 볼 수도 있다.

https://brunch.co.kr/@cielbleu/44

건립 당시 말도 많던 유리 피라미드는 맹렬한 비난(고풍스럽고 화려한 루브르 궁과 유리로 만든 피라미드는 결코 어울릴 수 없다는)과 여러 루머(피라미드에 사용될 유리 조각의 수가 사탄의 숫자인 666개라는 등: 피라미드 완공 후 박물관 측은 실제 사용된 유리는 673장이라고 공식 발표 했다.)등 수많은 시시비비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지금의 자리에 세워졌고 이젠 피라미드 없는 루브르는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전 세계인들에게도 각인되어 있다.

1986년 공사 당시 피라미드(높이 21.6m, 각 변의 길이 35m다.)

이렇게 건축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의 1983년 수상자인 '이오 밍 페이(I. M. Pei:1917~2019)'는 루브르에 유리 피라미드를 모두 5개 만들었다.


광장 중앙에 있는 큰 피라미드 1개, 주변의 작은 피라미드 3개, 그리고 지하 출입구 쪽에는 역피라미드 1개가 있다.

작은 피라미드 3개는 각각 루브르의 3개 건물인 리슐리외관, 쉴리관, 드농관의 입구를 가리키도록 만들어졌다.


역 피라미드(La Pyramide Inversée)


이들 중 이번 이야기는 지하 출입구에 있는 역 피라미드에 얽힌 이야기다.

이 역 피라미드와 지상에서 마주 하고 있는 작은 피라미드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sorj1.jpeg 지하의 역 피라미드

지하에 만든 피라미드는 왜 거꾸로 만들어졌을까?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멋있다~' 하면서 인증샷 찍기에 여념이 없지만 '이오 밍 페이'는 다 계획이 있었다.


지하철역과 연결된 루브르 출입구 앞 광장에 설치된 이 피라미드는 유리로 만든 만큼 지하로 햇빛을 받아들이는데 탁월한 역할을 해서 그 덕에 지하 공간까지 쾌적한 자연광이 비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댄 브라운(Dan Brown:1964~)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다빈치 코드>를 기억할 것이다.


루브르 이야기하다 말고 웬 영화 이야기?

이 영화는 루브르에서 시작해서 루브르에서 끝나는 영화인데 주인공이 막달라 마리아의 시신이 안치된 위치를 추적하여 마침내 결론이 이르는 곳이 바로 이 역 피라미드다.

sorj2.jpeg 역 피라미드와 마주한 지상의 피라미드

막달라 마리아가 역 피라미드 밑에 모셔져 있다는 암시를 주며 영화는 끝나는데 영화 속 마지막 대사는,

"The Holy Grail 'neath ancient Rosslyn waits--오래된 로슬린의 지하에는 성배가 기다리고 있고

The blade and chalice watch o'er her gates--칼과 성배가 그녀의 성문을 지키고 있다

Adorned by masters loving art she lies--예술 거장들로 장식된 곳에 그녀는 누워있고

As she rests beneath the starry skies"--그녀는 별이 빛나는 하늘 아래서 안식에 들어가 있다.

이렇게 끝난다.


영화 대사에 언급된 'Rosslyn'은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근교에 있는 작은 예배당(Rosslyn Chapel)으로 수수께끼 같은 부조물이 많은 예배당으로 템플 기사단원이었던 귀족 윌리엄 세인트 클레어에 의해 1446년 지어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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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blade'는 남성성을 나타내며 역피라미드 밑에 있는 돌로 된 삼각뿔 모양의 조형물을 의미하며, 'chalice(성배)'는 여성성을 나타내며 역피라미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둘은 막달라 마리아를 지키고 있으며,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로 장식되었다는 표현은 루브르 전체를 의미하고, 별빛 아래는 밤에 역피라미드를 통해 들어오는 별빛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으니 그럴듯한 설정이 아닌가.

역 피라미드 상부

영화 속 주인공처럼 역 피라미드 위를 걸어 보고 싶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역 피라미드의 윗부분은 루브르와 튈르리 정원 사이의 '캐루셀 광장(Place du Carrousel)'의 넓은 잔디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실제로는 일반 대중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 영화 속 장면은 오로지 영화에서만 가능한 것임을.


아라고 라인


영화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은 '방돔 광장(Place Vendome: 샤넬 No.5 향수병 모양의 모티브가 된 광장이다)'에 있는 리츠칼튼 호텔 자신의 방에서 면도하다 말고 갑자기 중요한 것이 떠오른 듯 호텔을 뛰쳐나가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는 바닥의 어떤 사인을 열심히 따라간다.

다운로드 (3).jpeg 방돔 광장(위키미디어)

저자 댄 브라운은 이 사인을 ‘ 로즈 라인’이라 하고 영화에서 주인공 랭던 교수가 면도 중 흐르는 피를 보고 바로 이 '로즈 라인'을 연상한다는 설정이다.

'로즈 라인'과 '예수님의 혈통(blood line)'을 연관시킨 소설은 종교계의 많은 항의 속에도 베스트셀러가 되었었다.


주인공이 따라간 사인은 ‘파리의 본초 자오선(Paris Meridian)’이라고 불리는 ‘아라고(Arago) ’ 사인이다.

'아라고'라인은 파리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루브르도 관통하고 있는데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자오선에 견줄 만큼 정확한 자오선이라고 한다.


영국과 프랑스는 서로 자신의 자오선의 우수성을 주장했지만 프랑스의 양보로 우리는 현재 그리니치 자오선을 쓰고 있는 것이다.


'아라고'라는 이름은 이를 계산해 낸 과학자 '프랑수아 아라고(François Arago:1786~1853)'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아라고 라인'은 약 9km의 파리 시내를 북에서 남으로 관통하며, 모두 135개의 아라고 사인이 파리 시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ARAGO'라는 글씨와 남, 북을 가리키는 'S'와 'N'이 표기된 직경 12cm의 이 청동 사인은 재수가 좋거나 눈이 아주 좋으면 길을 걷다가도 우연히 볼 수도 있다.

다운로드 (6).jpeg 루브르에서 만난 아라고 사인

나는 루브르를 관통하는 '아라고 라인'중 한 개의 사인을 '리슐리외(Richelieu) 관' 지하 1층 '꾸흐 말리(Cour Marly)'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천문학적인 전문 지식과 상관없이 잃어버린 애착 인형이라도 찾은 듯이 무척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바닥의 이런 조그만 사인에 까지 감동을 받게 하는 여기는 세계의 명작들이 즐비한 루브르다.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한 피라미드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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