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87. 특별한 커피와 특별한 산책
집에 커피가 떨어져서 사러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남편을 데리고 커피를 사러 나갔습니다. 발도스 커피라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인데 가격 대비 맛이 좋아서 항상 여기에 가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 놓고 커피숍 안의 식물들을 보며 이건 예쁘네, 이건 물을 얼마나 줘야 될까 얘기를 나눴습니다. 지난주에 사놓은 꽃들을 너무 창가에 놓았다가 빠짝 말라버렸거든요 ㅠㅠ 커피를 받아 나오면서 사장님께 “이 아이들은 밖에 얼마나 자주 내놓나요?” 하고 물으니 친절하게 대답해 주시더라고요. 꽃은 햇빛을 너무 많이 받으면 빨리 시든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무지하기 이를 데 없다며 남편에게 혼났어요. 책을 아무리 많이 읽으면 뭐 하냐고 ㅎ
아침을 먹고서 집청소를 잠깐 하고 산책을 나섰습니다. 살고 있는 곳은 신도시인데 다리만 넘으면 구도심이 나타나는요. 혹시 거기 주택이 없나 하고 탐색할 겸 해서 나섰습니다. 산밑의 작은 땅들을 찾아가서 보았는데, 너무 으리으리한 전원주택 단지이거나, 이미 퇴거가 완료된 판자촌이더군요. 주택 관련해서는 큰 소득은 없었지만, 집 주위의 야트막한 산을 발견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해발 100미터 밖에 안 되는 언덕 위에 벚꽃 나무도 많고 개나리, 진달래, 가 소복합니다. 그 조그만 산 중턱에 제법 평평한 곳이 있어서 억새도 심어 놓았고요. 기분 좋게 햇빛을 쬐고 걷다 왔습니다.
오늘 하루의 선택을 되짚어보니, 선택한 것 그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된 것, 그중에 내 마음에 남고 내게 기쁨을 준 것이 더더더 중요하구나 깨닫습니다. 커피를 사러 나간 선택이 커피숍 사장님과 식물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해 주었고, 주택을 보러 간 선택이 앞으로 자주 찾을 것 같은 봉재산을 알게 해 주었으니까요. 일단 선택한다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