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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의 월간대화", 성공적.

2024년 관계

by Jee

관계를 의도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 아직도 좀 어색하다. 일이나 건강은 목표와 계획을 세워 관리하는데 익숙한데, 관계도 그리해야 한다고 배운 것이 겨우 1년 전이다.


하지만 그런 관점에서 시도한 "동생과 월간대화"는 꽤 만족스러웠다. 내가 뇌를 빼놓고 흥겹게 수다를 떨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인 내 여동생은 미국에 살고 있다. 시차가 있다 보니 메시지를 보내거나 통화를 할 타이밍을 찾기도 어렵고, 하더라도 길게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한 달에 한번 정해진 시간에 온라인으로라도 만나자"는 것이었다.


서로 여유가 있는 시간의 접점을 찾아서, 화상으로 수다를 떤다. 지난 한 달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요즘 기분은 어떤지, 건강은 어떤지 묻고, 답하고, 쓸데없는 농담도 하며 깔깔거리다 보면 2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곁눈질로 TV를 보며 카톡을 주고받는 것이 아닌, 컴퓨터 앞에 딱 앉아서 오롯이 대화에 집중하다 보니, 좀 더 깊은 얘기도 할 수 있었다.


가까운 관계라도 정성 들여 에너지를 쏟지 않으면 멀어지고 어긋난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족이라는 관계는 더욱 그럴 것이다. 회사일로 만난 관계라도 가꾸면 막역한 친구가 된다. 10년 전에 해외사무소에서 만난 사람들, 일하며 같이 고생한 사람들, 한 해 한 해 거르지 않고 만나 추억을 쌓아나가다 보니, 어느덧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되었다.


관계를 의도적으로 관리한다는 건, 집에 있는 화분을 관리하는 것과 같은 원리인지 모르겠다. 예전에 나는 집에 화분을 들여놓기만 해도 죽여버리는 마이너스의 손이었는데, 요즘엔 화분을 죽이지 않고 키우는 법을 조금씩 터득해가고 있다. 눈길을 주고, 관심을 주고, 필요한 일을 해주는 것, 그 과정에서 기쁨을 얻는 것, 관계도 당연히 그래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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