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참 길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어서 어떤 날은 벌써 저녁이네 할 때도 있고 오늘은 일을 하면서도
혼자 보내는 시간이 참 길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약국에 라디오가 없다면...
컴퓨터와 아이패드가 없다면...
나에게 라디오친구와 아이패드친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절친이다.
라디오에서 조금 전에 이금희 씨가 부엔 까미노~ 하면서 오프닝 멘트를 한다.
잘못 들었나? 하는데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를 한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안 보이는 순례길을 걷는 게 힘이 들지만 그 길에서 만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 아낌없이 건네는
"부엔까미노~~"라는 응원의 말에 힘을 내어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 그런가?
까미노 길에는 무슨 매력이 있을까?
사람들에게 받는 뜻밖의 "위로" 같은 걸까?
출발 날짜가 다가올수록 조제환자들 약 챙기는 일, 약배송, 종합소득세 납부 등 소소하게 챙겨야 할 일들
때문에 여행의 설렘보다 내가 왜 가지? 이런 생각까지 든다.
어제는 오랫동안 처박혀있던 여행캐리어에 대중 던져놨던 물품들을 넣고 잠궈보았다.
다 넣으면 18킬로 정도 꽤 무겁다.
누가 약사 아니랄까 봐 비상약이 한 보따리다.
여행캐리어도 부분 부분 고무가 녹아서 떨어지고 자크는 잠기는데 이리저리 던져지면 무사할지 걱정스럽다.
새로 사기는 아깝고 아무래도 이 캐리어는 이번여행이 마지막 임무수행이 아닐까 싶다.
제발 견고하게 잘 견뎌주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250킬로를 다 걷고 무씨아에서 바라보는 바다에서
난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큰 기대는 하지 않기로 하자.
무사히 건강하게 끝까지 잘 걸을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