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산티아고 출발 5일 전

by 햇빛찬란

약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참 길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어서 어떤 날은 벌써 저녁이네 할 때도 있고 오늘은 일을 하면서도

혼자 보내는 시간이 참 길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약국에 라디오가 없다면...

컴퓨터와 아이패드가 없다면...

나에게 라디오친구와 아이패드친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절친이다.

라디오에서 조금 전에 이금희 씨가 부엔 까미노~ 하면서 오프닝 멘트를 한다.

잘못 들었나? 하는데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를 한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안 보이는 순례길을 걷는 게 힘이 들지만 그 길에서 만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 아낌없이 건네는

"부엔까미노~~"라는 응원의 말에 힘을 내어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 그런가?

까미노 길에는 무슨 매력이 있을까?

사람들에게 받는 뜻밖의 "위로" 같은 걸까?



출발 날짜가 다가올수록 조제환자들 약 챙기는 일, 약배송, 종합소득세 납부 등 소소하게 챙겨야 할 일들

때문에 여행의 설렘보다 내가 왜 가지? 이런 생각까지 든다.

어제는 오랫동안 처박혀있던 여행캐리어에 대중 던져놨던 물품들을 넣고 잠궈보았다.

다 넣으면 18킬로 정도 꽤 무겁다.

누가 약사 아니랄까 봐 비상약이 한 보따리다.

여행캐리어도 부분 부분 고무가 녹아서 떨어지고 자크는 잠기는데 이리저리 던져지면 무사할지 걱정스럽다.

새로 사기는 아깝고 아무래도 이 캐리어는 이번여행이 마지막 임무수행이 아닐까 싶다.

제발 견고하게 잘 견뎌주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250킬로를 다 걷고 무씨아에서 바라보는 바다에서

난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큰 기대는 하지 않기로 하자.

무사히 건강하게 끝까지 잘 걸을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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