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려 MRI가 좀 두려웠다. 어른들도 힘들어하는 검사인데다가, 겁에 질려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수면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내 아이는 정말 씩씩하게 예정된 시간보다 더 빨리 검사를 마치고 나왔다. 지시사항을 잘 따라서 검사가 스무스하게 진행됐다고 했다. 기특한 녀석...나보다 낫다니까 정말. 하긴 어릴 적에 주사 맞을때도 우는 법이 없었으니까.
MRI를 찍고 일주일 후 결과를 들으러 갔다. 수술 가능하다는 얘길 들었고, 이제 수술날짜가 나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언제가 될지 그건 알 수 없다. 그저 기다리는 수 밖에.이번에도 친절한 간호사님이 최선을 다해보겠다며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개인 전화번호도 알려주셨다. 업무의 편의를 위해 그러신 거겠지만 자그마한 친절이 얼마나 감사하던지..
상담을 마치고 점심시간이 다 되서 기분전환도 할겸 팔당 쪽으로 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병원 주변을 막 벗어났을 때, 그 감사한 간호사님의 번호가 내 화면에 떴다.
10월 28일 목요일 수술이 가능할거 같은데, 다음 주에 입원 가능하신가요?
네? 뭐라구요??? 여보 다음주에 입원하래. 뭐? 아 할 수 있다 그래. 당장 해야지. 네네 선생님 저희 할 수 있어요 할게요!!
아니 이게 무슨 일이지? 너무 갑작스러운 입원 얘기에 순간 혼란스러웠지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입원 관련 사항은 다시 알려드릴게요. 화요일 오전에 와서 수속해주세요 코로나 음성 확인서 꼭 가져오시구요.
MRI를 찍던 날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기약없는 기다림이 아니라서 좋았다. 우리가 좋아했던 온누리 장작구이에 가서 모처럼 맛있게 식사를 하고 강변을 걸으며, 남편과 이젠 괜찮을거라고, 수술하고 회복만 잘하면 된다고 그런 얘기들을 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물 속을 떠도는 듯한 절망감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