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맥주 한 캔의 행복

by 하니작가


저 멀리 배가 한 척 보인다. 유람선이다. 아주 어렸을 때 타보고 관심도 없어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오늘따라 눈에 계속 들어온다. 오랜만에 한강에 왔으니 한번 타보고 싶어 매표소를 찾는다. 다들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왔는데 나만 혼자 덩그러니 서있다. 면접용 화장을 하고 유람선을 혼자 타는 여자... 그게 나다... 뭐 어때? 나름 추억 만들기라며 스스로 위안을 한다.

잠깐 엄마를 부를까 고민을 한다. 하지만 면접이 어땠는지 궁금해하실 거 같아 그냥 관둔다. 괜히 지쳐서 힘없는 딸을 보면 엄마가 더 걱정하실게 뻔하다. 오늘은 그냥 나 혼자 맘껏 유람선을 즐기기로 한다. 배를 타려면 아직 30분이나 남았다. 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어 편의점으로 간다.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맥주를 찾아본다. 진열대 앞에 영롱하게 빛나는 맥주캔을 바로 꺼낸다. 참 사람 마음이 신기하다. 맥주를 보는 순간 기분이 좋아진다. 엔도르핀이 마구 쏟아진다. 바로 계산 후 벌컥벌컥 마신다. 속이 뻥 뚫린 느낌이다. 아깐 세상 다 끝난 거 같더니만 맥주 한 캔에 세상이 행복해 보인다. 이런 단순한 인간아... 막상 나가려고 하니 날이 쌀쌀하다. 따뜻한 커피를 사서 두 손으로 감싸서 편의점을 나선다. 이제 유람선을 탈 시간이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사람이 많이 없다. 유람선을 타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설렌다. 자리에 앉아 안전방송을 집중해서 본다. 구명조끼 위치가 어딘지 다시 한번 확인한다. 비행기와 유람선 모두 예상치 못한 상황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직업병이다.


이제 한번 유람선을 구경해볼까?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니 이쁘다. 어렸을 때 외관이 어땠는지 잘 생각은 안 나지만 그때보다는 훨씬 좋아졌다. 그땐 온 가족이 함께 왔다. 유람선 안에서 엄마가 싸오신 김밥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해주신 김밥 정말 맛있었는데... 오늘은 엄마에게 김밥을 해달라고 해야겠다. 그러고 보니 난 여태껏 음료수 외에 먹은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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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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