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 있지만 사랑의 온도는 떨어지지 않는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솔직히 걱정된다. 떨어져 있으면 마음이 멀어진다는데 6개월은 너무 길다. 그런데 막상 한 달이 지나고 나니 이렇게 서로에게 시간을 허락하길 잘한 거 같다. 휘와 같이 있을 때보다 지금 더 많이 그를 생각한다.
휘의 입장이 직접 되어봤다. '내가 외국에서 계속 살다가 한국에 살게 되면 어떤 느낌일까?' 난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솔직히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휘가 부러웠다. 휘는 부모님에게 한국어를 배웠고 미국에서 한인교회를 다녀서 우리나라 문화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분명 휘는 아무런 문제 없이 한국생활에 잘 적응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막상 치앙마이에 와보니 휘의 마음을 알 거 같다. 혼자 이곳에 오니 모든 걸 다 다시 시작해야 했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정보를 찾아보고 카페도 가입하면서 조금씩 해결해 갔다. 그때 은수를 알게 됐고 힘든 점이 있으면 제일 먼저 은수를 떠올렸다.
아마 휘도 그런 거 아닐까? 휘도 한국에 처음 와서 힘들었을 때 나를 만났고 힘든 일 있으면 내가 바로 도와줬다. 휘는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혼자 스스로 한국 생활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랐다. 그의 마음이 조금씩 이해가 간다. 나도 여기에 살면서 계속 은수에게만 기댈 수 없다. 은수는 이 주일 후에 라오스로 떠난다. 그 이후로는 철저히 다시 혼자가 돼서 치앙마이 삶을 적응해야 한다.
오늘은 그가 준 시집을 꺼냈다.
' 아인아, 내가 한국에 와서 가장 잘한 일은 너를 만난 거야. 밝게 웃는 너를 도서관에서 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졌어. 너에게 매번 쪽지를 보내고 기다리는 그 순간조차 난 행복했으니까. 아인아, 매일 만나도 나는 네가 매일 그리워. 아 맞다! 오늘 머리 너무 이쁘더라. 넌 단발머리도 잘 어울려. 사랑해. 아인아.'
휘가 가장 좋아하는 시 아래에 쓰여있는 편지다. 우리는 가끔 시를 같이 낭독하고 시로 소통하며 더 가까워졌다. 이 시간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 이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_류시화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지금은 혼자 휘가 가장 좋아하는 이 시를 읽고 있다.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사랑의 온도는 절대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