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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대화

대화 속 단어 수집해 생각하기

by 정제이

일상적인 대화 중에 건져 올리는 단어가 있다.

활어처럼 싱싱해서

머릿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있는 단어

오늘은 그 단어를 수집해 생각하기


/대대적으로

나: 그거... 준비했어요?

H: 대대적으로 준비하진 않았고요...


소소하다의 반대말

‘대대적으로’

우리가 익숙하게 쓰던 일상 단어가

요즘은 크다는 단어보다

작다는 단어를 더 자주 쓰게 된다.


기업이 고객을 세그먼트 단위로 나누듯

일도 작게 작게 쪼개진 걸까.

그래서 나무는 잘 보지만 숲은 못 보는,

소소한 일처리는 유능해졌지만

‘대대적인’ 본질을 잊어버린 건 아닌지...


/ㅇㅇ안심특선 E-16호

나: ㅇㅇ안심특선... 이거 어떨까요?

Y: 그거 괜찮네요.


건물 관리직원과 청소용역원들께 드릴

구정 선물 세트를 찾는 중이다.

‘안심특선’이라...

가성비 따져 골라야 하는 선물세트에

'안심'과 '특선'을 붙인 이유는 뭘까.

상자에 담긴 참기름과 햄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뜻일까.

ㅇㅇ에서 특별히 선정한 물건을 담았기에

'특선'을 붙인 걸까.


우리가 구정과 추석선물을

가성비 기준으로 고른다면

전단지 제작자는 어떤 기준을 갖고

선물을 구성할까? 문득 궁금해진다.


/대각선

P: 대각선으로 해줘요.

나: 그게... 생각보다 어렵네요. :D


카톡 채팅에 올릴 배경 이미지 제작 의뢰를 받았다.

(실은 내가 만들어 주겠다고 나선 것)

자신 있게 말했는데...

두 개의 이미지를 '대각선으로' 넣는 게 쉽지 않다.

결국 좌우 분할 화면으로 제작을 마침.

아.... 포토샵을 배워야 할 때가 온 걸까.


/강약 조절

나: 강사님들 강약 조절을 균형 있게 하셨네요.

P: 그러게~


4일간 모 컨퍼런스를 줌으로 참여 중.

귀가 쫑긋해져 듣게 만드는 강사님 뒤엔

볼륨을 최저로 낮추게 되는 강사님이 나오신다.

주최 측에서 시간표를

치밀(?)하게 준비하신 게 분명하다.


음악이 3/4 박자, 6/8박자가 있듯

‘강약 조절’을 해주신 덕에

집중과 쉼을 적절히 취하게 된다.

그래도...

줌은 에너지 소비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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