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헤치고 달리다
솔직히 꾀가 난다.
몸이 좀 피곤하니, 오늘은 쉴까?
누가 확인하는 것도 아닌데 열심일 필요 있나?
등등... 안 뛸 이유가 자꾸 떠오르는 저녁.
그래도 습관이 될 때까진 나가야 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밖에 나가본다.
퇴근길에 바람이 좀 분다 싶었는데.
맙소사. 엄청나게 분다.
그것도 맞바람으로.
마라톤 출전할 선수도 아니고
이 정도면 집에 갈까 싶을 정도.
에이. 그래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뛰어 보자.
돌아가는 건 나중에 생각하고.
바람 때문에 몸이 금방 식어서 달리는 중에도 춥다.
그나마 후드티에 달린 모자를 쓰니 귀는 덜 시리다.
장갑도 끼고 나오길 잘했다.
해운대만큼은 아니지만
한강에 파도가 이는 건 처음 본다.
반환점을 돌아 반대로 뛰기 시작하자
등 뒤로 바람이 분다.
뒤에서 바람이 밀어주니 뛸만하다. :D
바람 덕에 러닝 시간도 7분 정도 단축됐다.
그렇게 느리게 뛰었는데... 신통하다.
오늘은 얼굴도 토마토 안 되고
땀도 덜 나고
시간도 단축되고
한강에서 파도 이는 것도 보고
이래저래 기억에 남는 러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