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뛴 날
오늘은 바람도 안 불고 뛰기 적당한 기온이다.
뛰어야 할 이유보다
안 뛰고 싶은 이유가 더 많지만,
일단 나가면 뛰게 된다.
월요일에 그리 사납게 일렁대던 한강
오늘은 장판을 깔아 놓은 듯 고요하다.
바람맞으며 뛸 땐
정신이 없어 몰랐는데
사방이 고요하니
몸 상태에 집중하게 된다.
땀도 많이 나고 힘들고...
오늘따라 시간도 거리도 더디 간다.
애꿎은 핏빗만 자꾸 쳐다본다.
어떤 날은 허벅지 안 쪽이 당기고
어떤 날은 바깥쪽이,
또 어떤 날은 무릎 뒤편이 당기더니
오늘은 아킬레스 건 주위가 당긴다.
참나. 비루한 몸 같으니라고.
도대체 42.195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뛰는 이들은
심장이 얼마나 튼튼하며
근육은 또 얼마나 잘 발달한 걸까.
고작 5킬로를 뛰면서
이리 호들갑스러운 걸 보면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