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세가 되어 느끼는 노화의 징후들
요즘 문득문득 나이 듦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너 나이 들어 봤니? 나 젊어봤단다."라는 노랫말의 뒷부분에 나도 해당되는 순간이 다가온다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그래서 43세가 되어 느낀 변화들에 대해 적어봤다.
1. 새치와 흰머리 사이, 그 어디쯤
아직은 뽑을만하다. 삼십 대까지는 한 곳에 몰려있어서 관리(?)가 수월했는데 이젠 산발적으로 흩어져서 나니 시간과 수고가 더해지는 중이다.
2. 손톱 옆과 발 뒤꿈치 각질
수족 다한증이라 평생 수분 걱정 안 할 거라 자부했는데. 몇 년 전부터 찬바람 불고 건조해지기 시작하면 악건성용 크림을 발라야 잠잠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3. 라떼는 말이야
과거 추억팔이가 된 듯. 방금 했던 일은 쉽게 까먹는데 과거 기억은 점점 더 생생해진다. 그러니 확실한 기억을 더 자주 말할 수밖에.
4. 줄어든 의복비
운동화에 캐주얼 차림을 좋아해서 싸고 편한 것은 주저 없이 구입해서 한철 입고 버리기도 참 잘했는데... 어느 순간 의복 구입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꾸며도 안 예쁘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중.
5. 관대해진 마음
작은 일에도 잘 토라지고 섭섭하고 그랬다. 지금은 웬만한 지인들 동료들이 다 귀엽게 보인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거라 생각하니 감사할 일이다.
6. 가벼운 게 최고다
가방도 작게 물건도 가볍게 옷도 가볍게.
웬만하면 무거운 걸 안 들고 다니려는 경향이 커졌다. 왕년엔(이십 대) ‘돌가방 클럽’ 회원이었는데... 어쩌다 무거운 걸 들게 될 때면 (집에 생수 사다 나를 때) 인생의 무게 같아서 서글퍼진다.
7. 바이오리듬에 예민해진다
몸이 아프고 신호가 오면 바로 대비해야 한다. 버티다가 맹장 터지기 직전에 떼어내고 얼굴에 난 대상포진 흉터가 안 지워지는 걸 겪고 난 후 얻은 교훈이다.
잘 때 목에 손수건 두르기. 찬바람 불면 모자 쓰기 등 울 엄마 보면서 질색팔색 했던 모습을 서서히 나도 닮아가고 있다. (패션 소품이 아니라 생존 용품으로 보이는 게 문제)
8. 깜빡이 증세의 일상화
머릿속이 꽃밭(치매)이 된 것도 아닌데 초등학생 때는 손에 꼭 쥔 열쇠를 찾겠다고 온 집을 헤집고 다니고, 20대 때는 깜빡깜빡 잘 잊어버려서 형광등(옛날 꺼)이라고 불렸다. 그래서 기록의 가치를 일찍 깨달은 건지도....
요즘은 아침에 감명 깊게 읽었던 책에 대해 친구가 어땠냐고 물어보면 처음 들은 듯한 표정을 지어 놀래키는 지경(?)에 올라섰다. 깜빡이 증세의 일상화를 고치긴 어려울테고, 그로 인해 생기는 에피소드들이 나름 즐겁다.(자신에게 매우 관대한 편)
노화의 징후들을 적다 보니.
이제는 혼자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지 말고
비전과 가치 있는 일을 공유하고 위임하면서
살아야지 다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