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가능성이 중요한 이유(2)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월요일과 목요일에 새 글을 게재한다고 공지를 했다. 의무가 아닌 일을 의무로 만들어서 나 자신을 얽어맨 이유는 ‘예측 가능성’에 대한 집착 때문이었다.
나는 일의 효율성이 높아지려면 마땅히 예측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라면 관계된 사람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정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생각한다. 직장생활에서 몸에 밴 오랜 습벽의 결과다.
월요일과 목요일에 브런치에 새 글을 올리는 일을 5개월 가량 이어왔다. 예측 가능성을 극대화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이런 뜬금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것은 이제 꾀가 날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빙빙 돌리지 않고 쉽게 이야기하자면, 월요일과 목요일에 새 글을 올린다는 약속을 조정하려는 것이다.
즉, 앞으로는 한 주일에 꼭 두 번씩 글을 올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법으로 규제하는 것도 아니고, 돈과 관계된 것도 아닌데, 그냥 안 쓰면 그만이지 별 것에 다 집착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스스로 정한 것이라고 해서 특별한 이유없이 무언가를 바꾸는 게 나에게는 쉽지 않다. 30년 가까이 살아온 생활 방식이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흔적을 남기고 있는 모양이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을 여기서 꺼냈다가는 그 진부함이 돌멩이를 부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맥락없이 시조새를 소환하기로 했다. 시조새와 브런치의 새 글과는 관계가 1도 없을 듯하다고? 들어보시라.
시조새. 공부 열심히 하지 않은 학생도 기억할 만큼 인상적인 새다. 시조새는 파충류의 골격을 지닌 동물이면서, 새의 깃털을 동시에 가진 동물이다. 그래서 하늘을 날 수 있었고, 파충류와의 연결고리도 보여주었다.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에 위치해서 진화의 사실성을 후세 인간들에게 확인시켜준 새. 새 중에 가장 오래됐다는 의미에서 시조새라고 부른다.
내가 시조새라는 것을 안 지도 40년이 훌쩍 넘었다. 기억의 퇴색도 문제지만, 그 사이에 혹시 새로운 정보가 추가된 것은 없는지 인터넷을 뒤졌다. 위키백과의 도움을 청했다. 복잡한 일을 피하기 위해 그대로 인용한다.
아르카이옵테릭스(학명: Archaeopteryx) 또는 시조새(始祖새), 조상새(아르케옵테릭스, 아르키에옵테릭스)는 수각류 공룡의 한 속으로, 새와 근연 관계가 있다. '아르카이오프테릭스'(Archaeopteryx)라는 라틴어 학명은 '선조'를 뜻하는 그리스어: ἀρχαῖος(archaīos)와 '깃털' 또는 '날개'를 뜻하는 그리스어 πτέρυξ(ptéryx)에서 왔다. 처음 발견된 19세기 말부터 시조새는 고생물학자 등에게 가장 오래된 새로 취급되어왔다. 시조새는 약 1억 5천만년 전, 중생대 쥐라기 후기에 독일에서 살았었던 것으로 밝혀져있다.(중략)
이후 2016년에 진행된 연구에서 시조새의 깃털에 관한 연구를 통해 시조새는 새들의 조상으로서 생명체의 진화를 보여주는 화석 중 하나라는 점이 확실히 증명되었다. 진화가 직접 관찰이 가능해진 현재에는 시조새 화석을 통한 진화의 속도와 방향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해가 쉬워지기는커녕 더 복잡해졌다. 한 줄로 정리한다.
‘시조새는 새가 되고 나서도 파충류의 흔적을 간직하였다.’
내가 은퇴 후에도 직장생활 때의 버릇을 끌고 다니는 것처럼.
이 시조새를 빌려 향후 나의 계획을 설명하면 이렇게 되겠다.
이제 땅에 얽매여 있던 생활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를 때가 되었다.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이 문장에는 약간의 주석이 필요하겠다. 월요일과 목요일에 새 글을 올리겠다고 한 5개월 전의 약조(約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새 글을 게재하겠다는 이야기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혼자 사물놀이한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징에다 꽹과리까지...”
이렇게 말은 했지만, 별다른 일이 없다면 월요일과 목요일에 새 글을 올리게 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은 날이 오게 되면, 도마뱀이 날기 시작했다고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대문 사진 출처-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