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례는 아직 아니지만_김수찬의 <흥부가 언제>
연재 13회차, 아모르트롯을 시작할 땐 상상했었다.
어느 날 뜨겁게 화제가 되고, 사람들이 내 글을 ‘기다리는’ 그날이 올 줄 알았다.
그런데 아직 그렇지는 않다.
트롯의 주 소비층인 중장년층에겐 브런치가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인생의 비밀을 훌훌 털어놓는 에세이가 아니라
음악을 천천히 분석하는 글이라서일까.
조금은 조급해졌고, 나도 모르게 숫자를 자꾸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댓글 하나를 받았다.
그 짧은 한 줄이 내 마음을 붙들었다.
멈추지 말자. 기다리자. 하고 싶은 대로 살자.
김수찬의 〈흥부가 언제〉를 처음 들었을 때,
웬만한 자기계발서나 성공비결 유튜브보다 훨씬 더 가슴에 와닿았다.
“흥부가 언제 다친 제비 기다렸나 /
심청이가 언제 인당수 찾아다녔나”
특별한 비법이 있다고 하지 않는다.
그저, 마음이 간절하면 누군가가 나타난다고 말한다.
그 누군가는 달라진 ‘나’일 수도 있고,
뜻밖의 은인이거나, 언젠가 만날 고객일 수도 있다.
세상은 눈과 귀가 있다네—
이 단순한 한 줄이 오히려 가장 큰 믿음이 된다.
그리고 곧 이어지는 가사.
“때가 되면 보인다 / 때가 되면 만난다 /
아직은 내 차례가 아니다.”
속도보다 순서를 말하고, 불안보다 타이밍을 이야기한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느긋하고 단단한 메시지를 경쾌한 박자에 맞춰 부른다는 점이다.
“기다려~ 기다려~”를 외치며 신나게 리듬을 타는 그 장면이 조금 아이러니하면서도,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기다리는 것도 충분히 멋질 수 있다고.
〈흥부가 언제〉는 김수찬에게 참 잘 어울리는 노래다.
무대를 밝히는 에너지,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친화력, 배꼽 잡는 예능감까지.
그는 내가 좋아하는 트로트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주는 가수다.
흥이 넘치면서도 기본기가 탄탄하고, 감정선도 섬세하다.
무대에서 늘 유쾌하게 웃는 그지만,
알고 보면 가정사와 소속사 분쟁 같은 아픔도 겪어온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결승전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밝게 웃는 그의 모습이 더 깊게 와닿았다.
“나는 기다렸고, 그래서 지금 빛나고 있다.”
그가 무대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김수찬은 흥을 앞세운 가수 같지만,
진심을 장난처럼, 무겁지 않게 전할 줄 아는 속 깊은 친구같은 가수다.
관심사가 자주 바뀌는 나에게
트로트는 이상하게도 단 한 번도 질리지 않는 친구 같은 존재였다.
글과 그림으로 나의 감정과 일상을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트로트가 주는 따스함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마음.
그 오랜 마음이 이제서야, 비로소 ‘행동’이 되었다.
아기를 키우며 일하는 하루하루는 정신없이 흘러가지만,
그 바쁜 일상 틈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 쓰는 시간은
생각보다 더 소중하고, 더 힘이 되는 일이었다.
매일 단 몇 명이라도
“좋은 글 잘 읽었다”는 말을 남겨주고, 그 덕분에 나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마음이 간절하니, 세상은 정말 눈과 귀가 있다는 말이 실감난다.
아직은 작고 조용하지만, 행동하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이 자리.
나는 지금, 나만의 일을, 나만의 속도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오늘도 귀한 시간 내어 제 브런치에 들러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