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미 생각 나기는 하더냐

맞았는데 시원한 회초리 _박지현의 <못난놈>

by 유투리

양심은 늘 말없이 따라온다

입사 초반, 데이터 관련된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아무도 몰랐다.

상사도 검토하고 넘어간 상황이었다. 말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다.

그날따라 밤에 잠이 안 왔다.

이걸 굳이 말해 말아? 이미지만 깎이는 건 아닐까, 뒤척이는데 평소처럼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뭐해~” 하는 한 마디.

그 말이 이상하게 회초리처럼 들렸다.
‘똑바로 바로 안 잡고 뭐하냐’는 말 같았다.

다음 날, 그냥 다 말했다. 실수한 부분이 있다고. 놀랍게도 일은 금방 풀렸다. “그럴 수 있지, 나도 몰랐네, 같이 바로잡자.”
그날 이후, 나는 내 마음속 작은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박지현의 <못난놈>을 듣는 순간, 그날의 내가 떠올랐다.

그 어떤 잔소리보다도 따가운 노래.

스크린샷 2025-06-26 231120.png 출처: TV CHOSUN JOY 유튜브

부모언급은 최강의 디스다

<못난놈>은 트로트판 디스곡이다.
욕도, 막말도 없다. 그저 조용히, 정확하게, 정곡을 찌른다.

자식 낳았다고 미역국 드신 애미 생각나지도 않더냐
무엇을 주워 먹고 그 몹쓸 심보냐
숯덩이 같은 인생아
일 더하기 일은 이 그리 가르쳤건만구구단 밤에 배웠더냐 못난 놈


와.. 부모님 언급하는 건... 정말 반칙아닌가요 싶을 만큼 뼈아픈 말이다.

심지어 2절에서는 자식 낳았다고 잔치 벌리신 애비 생각 나지도 않느냐고 말한다.

그 어떤 랩 배틀보다 강력한 한 방이다.
그래서인지 이 곡은 ‘도덕’의 노래이자 ‘양심’의 노래다.

중학교 도덕 시간에 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양심은 달빛처럼 따라다닌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
양심의 뿌리는 결국 나를 낳고 키워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과 책임감 아닐까.
조금 편하게 살고 싶어도, 요령 피우고 싶어도, 양심이 발목을 잡는 건 그 때문이다.
<못난놈>은 유교적 감정의 최종병기 같은 노래다.
"너 똑바로 살아."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말해준다.

스크린샷 2025-06-26 231208.png 출처: TVCHOSUN JOY 유튜브

박지현의 시원한 회초리 한방

이 곡은 원래 진성의 노래다. 어긋난 길로 가는 자식을 보는 아버지의 탄식처럼 묵직하고 슬프다.
하지만 박지현은 이 곡을 전혀 다른 결로 소화해냈다.

미스터트롯2 첫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불러 단숨에 1위를 차지했다.
아이돌 같은 청량미, 카랑카랑한 고음, 시원시원한 기럭지.
박지현의〈못난놈〉은 “야, 너 그렇게 살면 안 돼” 하고 소주 한 잔하며 친구에게 툭 던지는 한 마디 같았다.
그래서인지 더 현실적이고 또렷하게 와닿았다.

진성이 씁쓸한 표정으로 불렀다면 박지현은 환하게 웃기까지 했다.

잔혹한 가사를 이토록 청량하게 부르다니

분명 맞았는데 시원한 느낌이었다.

심사위원은 자리에 일어나서 춤추고, 최단시간 만점의 불꽃을 터뜨렸다.

박지현의 시그니처가 된 이 곡은 이제 그의 목소리로 전국의 축제, 콘서트에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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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 혼내는 마음

아프게 따가운 가사이지만 실은 가장 따뜻한 방향으로 사랑을 말한다.
‘사랑해서 혼내는 마음’ 부모가 되니 알 것 같다.

빠르게 변하고, 요령이 칭찬받는 세상, 인생 한방을 꿈꾸는 사람들...

이 노래는 우리에게 묻는다.
“너, 지금 잘 살고 있니?”
“너를 키워준 사람 앞에서 부끄럽지 않니?”

박지현의〈못난놈〉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갈이다.
다시 나를 바라보게 만드는 힘.


나는 오늘도, 내 안의 ‘작은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때로는 박지현의 목소리를 닮았다.
시원하면서도, 아프게 따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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