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특집] 붓으로 그리는 한 폭의 평화트롯

다시 이어가는 화합의 노래_강진의 <붓>

by 유투리

산수화처럼 번져온 그 노래

<붓>을 처음 들은 건 미스트롯2 최종 결승 무대였다.
그날 무대에 오른 양지은은 단단하고 따뜻한 목소리를 지닌 참가자였지만, 최종 우승자인 ‘진’이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무대가 시작되고,

“힘겨운 세월을 버티고 보니 오늘 같은 날도 있구나”

라는 첫 소절이 흐르던 순간,
이건 결승전이 아니라 한 폭의 산수화처럼 느껴졌다.

스크린샷 2025-06-19 220439.png 출처: TV CHOSUN JOY 유튜브:[미스트롯2] 함께 고생한 동료들을 위해 부른 양지은의 '붓'

그녀는 이 노래를 결승곡으로 택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함께 고생한 선후배 참가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었다”고 말했다.
승부보다 함께 견뎌온 시간에 대한 위로, 경쟁보다 공존의 마음을 전하는 무대.

그 순간 나는,
트롯이라는 장르가 품고 있는 깊이와 넓이를 다시 느꼈다.
울리지 않아도 마음을 흔들 수 있고, 싸우지 않아도 감동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그게 바로 <붓>이란 노래다.



마음의 벽을 허무는 트롯의 힘

양지은의 무대는 따뜻하고 선해서,
노래 전체에 핑크빛 광택이 감도는 봄 풍경을 떠오르게 했다.
그 위로 진달래 한 송이처럼 “함께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피어났다.

강진의 원곡 버전을 찾아 들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가 떠올랐다.
진한 먹빛과 단단한 필치, 그리고 산천처럼 묵직한 감정선.
강진의 저음은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 남는 울림을 품고 있었다.

스크린샷 2025-06-19 220825.png 출처:안녕!MBC충북 유튜브: 영탁이 부른 그 노래의 원! 강진의'붓'

특히 “붓을 하나 줄 수 있겠나”는 말은
마치 친구에게 조용히 건네는 화해의 악수처럼 느껴져 들을수록 마음이 따뜻해졌다.

생각해보면 화해란 감정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어려워진다.
어릴 적엔 친구와 다투면 어떻게든 풀고 싶었지만,
중년이 되면 멀어진 관계에 무심해져 화해의 노력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이렇게 연륜을 지닌 목소리로 전해지는 화해의 노래는 더욱 깊게 다가온다.


기억과 용서, 함께 써 내려갈 평화

“힘겨운 세월을 버티고 보니 오늘 같은 날도 있구나.”

이 노래의 첫 문장은, 마치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오랜만에 만난 벗과 나누는 묵묵한 인사처럼 들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 한 줄—


“칠십 년 세월, 그까짓 게 무슨 대수요. 함께 산 건 오천년인데.”
분단의 상처를 이야기하면서도,
그 너머의 긴 역사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인상 깊다.
이런 말들이 과장이나 강요 없이, 담담하게 마음에 스며든다.


그리고 마침내 도달하는 세 줄—

“잊어버리자, 다 용서하자, 우린 함께 살아야 한다.”
이 문장은 단순한 덮음이 아니라,
기억하되 증오에 머물지 않고, 함께 미래를 써 내려가자는 제안처럼 느껴진다.


“백두산 천지를 먹물 삼아 / 한 줄 한 줄 적어나가세 / 여보게 친구여, 붓을 하나 줄 수 있겠나.”
붓이라는 상징은 총이 아니라 펜을, 상처가 아니라 기록을 말한다.
그 어떤 연설보다 조용하지만, 훨씬 강한 메시지.

호국보훈의 완성은 평화다.
기억하되 다정하게,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아모르 트롯, 다시 사랑하기 위한 노래

트롯은 늘 사랑을 노래해왔다.
그 사랑이 때로는 연인이었고, 때로는 부모였으며,
<붓>에서는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었다.

이 노래가 전하는 사랑은 뜨겁지 않고, 조용히 마음을 감싸는 온기 같은 것.
어떤 날엔 멀어진 친구가, 어떤 날엔 말없이 등을 돌린 가족이 떠오른다.
그들에게 붓 하나 건넬 수 있을까. 당신이 먼저 한 줄 써 내려가자고 말할 수 있을까.


호국보훈이 단지 국가의 기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 기억의 태도가 되기를 바란다.
서로에게 남은 상처 위에 다정한 말을 덧쓸 수 있는 용기,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이 노래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 아닐까.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태도다.
그래서 이 노래를 ‘아모르 트롯’ 에 담았다.
분단의 시간을 지나, 다시 사랑하기 위해 우리가 불러야 할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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