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제 Jul 08. 2021

거북이가 나 대신 일해도 아무도 모를 거야

바른 자세의 필요성



우드드득. 책상 앞에 앉아있다가 무심코 고개를 돌릴 때 내 목에서 나는 소리다. 절로 곡소리가 나온다. 언제부터 이 망할 목과 허리는 정상궤도를 벗어났을까. 사실 주변에서 목이나 어깨, 허리가 안 아픈 사람들이 없다. 내 친구는 디스크도 있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의사 선생님들은 그 이유를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꼽는다. 맞는 말이다. 하루 종일 그 몇 인치 되지 않는 작은 세상에 온 몸과 마음을 파묻고 살아가니까. 집에서는 그곳에 몰두하다가도 일하거나 공부하러 갈 때면 또 컴퓨터 화면에 빨려 들어간다. 


그러니 자연히 목은 점점 앞으로 나오고, 어깨는 말리고, 허리는 구부정해진다. 근데 어떡해! 그 자세가 제일 편한걸! 올바른 자세를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시간 지나 보면 다시 거북이가 되어있다. 정말 어느 날에는 나 대신 거북이가 업무를 보고 있다고 해도 아무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았다. 그만큼 거북목이 심해진 것이다. 


결국 나는 필라테스를 결심했고, 지금까지 3개월 정도 주 2회씩 나름 열심히 나갔다. 처음에는 몸이 부서지는 것 같았는데,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선생님들은 꼭 50분 동안 이 사람들을 열심히 능지처참해야 하는 고문관처럼 단호하고 강력했다. 주변 분위기는 아름답고 우아한데 거울 속에 있는 거북이 한 마리는 꽤나 처절하다.


 속으로 항상 '살려주세요... 그만요... 어우 못하겠다 진짜... 다음 주부턴 안 나온다 내가...' 하며 시계를 한 50번 정도 쳐다본다. 세상에서 가장 긴 시간들. 요즘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아쉬워했던 나 자신이 안일해지는 순간이다.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지. 그래도 나름 운동이 끝나면 괜히 밸런스가 잡힌 것 같고 굽은 목과 등이 펴진 것 같아서 뿌듯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샤워를 마치고 핸드폰과 함께 이불속에 눕는 순간 다시 거북이가 된다. 


대체 언제쯤 올바른 자세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인간의 몸은 소모품이라 너무 당겨 쓰면 나중에 힘들 텐데 걱정이다. 언젠가 전공 수업 시간에 배웠던 구지가가 생각난다. '거북아 거북아 목을 내놓아라' 사실 목숨이 아니라 목 관절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이제 그만 목을 내놓고 턱을 당기는 게 좋겠다. 나중에 정말 거북이처럼 뛰지도 못하며 살기에는 우리 인생은 너무 아쉬우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