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씬디북클럽 Nov 03. 2024

공부하러 갔다가 연애하고 왔지요

#3 여행

#3

나의 시야를 더 넓게 만든

여행에 대해 써보세요.




인천에서 나고 자랐다.


초중고를 인천에서 졸업하고 인천의 대학교에 입학했다. 지원하고 싶은 대학과 학과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냥 집에서 통학하는 게 좋겠다는 부모님 뜻을 따랐다. 귀하디 귀한 딸을 외지로 보내기 불안했을까. 그저 그런 대학 학과이면 그냥 가까운 곳으로 선택하는 게 나았을까. 인서울 아닌 대학은 오래 마음에 걸렸지만, 두 분의 의견을 거역할 마음 또한 없었는 지도.  



"소영아, 여기 한 번 와 보면 어떻겠니?"


딸들을 데리고 뉴질랜드에 자리 잡은 오랜 인연의 이웃 아줌마의 제안. 4학년을 마친 여름방학,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권을 만들고 인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다. 12시간 긴 비행의 설렘과 긴장과 기대감이 창밖 흰구름 속으로 몽실몽실 피어 올랐다. 3개월의 긴 여행은 9개월의 짧은 어학연수가 되었다.



"Are you Chinese?

You speak Chinese very fluently."


영어권 나라에서 전공 언어인 중국어를 이렇게나 많이 사용할 줄이야. 막연히 선택한 전공이었지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졸업 후 전망이 밝을 것 같았다. 전 세계 친구들을 사귀었다. 자연스레 영어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문법과 시험 위주로 배운 언어는 여전히 세계 공용어였다. 글로 쓰고 눈으로만 배워 온 언어는 입으로 내뱉는 순간마다 생동감 있게 살아 움직였다. 내가 정한 영어 이름 Cindy로 불리던 시절, 영어와 함께 나의 자존감이 절정을 향했다.



"나중에 내랑 여기 와서 살래?"


같은 동네 같은 반의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그와 같은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되었다. 그의 차 Nissan Skyline은 차 번호마저  'SY3858'이었다. 이거슨 데스티니. 수많은 해변과 바다와 석양을 함께 보았다. 무수한 피시 앤 칩스와 맥주를 마셨다. (당시에는) 이민을 꿈꾸던 스물여섯 부산 오빠가 내민 손, 스물셋 소영이는 그 손을 잡았다. 이 여행의 목적지가 변경되고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이전 03화 잘생긴 갑천 씨와 조용한 혜옥 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