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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씬디북클럽 Nov 05. 2024

내생애 첫번째 북클럽

#5 책


#5

나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든

책에 대해 써보세요.



책 읽는데 돈이 든다고?
참여비 3만 원?
책을 주는 것도 아니고
저자와의 북토크도 아닌데?
내가 내 책 읽는데 무슨 돈 낼 일이야?







2021년 2월, 코로나 확진자 수가 오르락내리락거리며 전 국민의 불안이 확산되던 때였다. 2단계 3단계 기준을 정해 서로에게 거리를 두었었다.  마스크를 쓰고 밖에 다니기도 집에만 있기도 모두가 힘든 시절, 퇴직을 결정한 나는 다음 직업을 시작하기 전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다. SNS를 시작하고 책 기록을 남기다 보니 '북스타그램'이라는 것에 호기심이 일었다. 온라인 독서모임 모집 공지를 보고 수많은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일단은 신청했다. 그렇게 어나서 처음으로 책모임에 참여했다.



참여비를 입금하고 2주에 걸쳐 각자 책을 읽었다. 리더가 공유한 줌미팅 링크에 접속했다. 마이크를 켜고 끄기도, 화면을 켜고 끄기도 낯설고 어색하던 첫 시간. 1시간 남짓의 시간 끝에 머릿속에 '반짝!'하고 불이 켜졌다.



바로 이거였네.
내가 하고 싶었던 일.
어쩌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일.




독서모임 이름부터 정했다. 내가 정한 영어 이름 Cindy와 책모임을 뜻하는 Bookclub을 붙였다. 씬디북클럽. 그렇게 내 생애 첫 번째 책모임이 시작되었다.



선정 도서를 정하는 일부터 고심했다. 어렵지 않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 두껍지 않아 완독의 부담이 적은 책, 그리고 함께 나눌 생각거리가 많은 책. 고민은 신중했고 결정은 신속했다. 씬디북클럽의 첫 선정 도서는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였다.



맘카페에 모집 공지를 올리고 지인들에게 함께 책을 읽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영업 사원의 일이 이런 것일까. 책을 읽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활동일 텐데, 권유하는 자체가 어색하고 민망했다. 들 너무 멋지다고 했지만 정작 함께 읽겠다는 이는 없었다.



"저, 독서모임 처음인데 참여할 수 있을까요?"



수줍은 쪽지에 마음부터 쿵쾅거렸다. 그럼요. 참여하실 수 있고 말고요. 실은 저도 처음인 걸요. 잘 부탁드립니다.



각 챕터마다 하나의 질문을 만들어 단톡방에 공유했다. 저자의 생애와 이야기의 배경에 대해 PPT 자료를 만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줌 사용 시간이 무제한으로 열려 있는 장점을 한껏 이용했다. 가족들과 줌 연결, 화면 공유 등을 연습했다. 책 읽고 소감 정도만 얘기하려던 첫 시작은, 준비하면 할수록 뭔가 더 많이 준비해 보여드리고 싶었다. 함께 나누고 싶었다.



'책 읽는 엄마' 라는 이름으로 네 명이 줌 화면 앞에 모였다. 아이들을 재운 엄마 넷이 각자의 <어린 왕자>를 들고 각자의 공간에 자리 잡았다. 언제나 어색한 자기소개와 첫인사를 나누었다. 준비한 PPT를 공유하고 숨겨진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입가의 미소들과 끄덕이는 고갯짓들이 화면 밖으로 나와 다정한 에너지로 다가와 주었다.



어린 시절에 필독서로 읽었지만, 나이가 들어 엄마가 되어 읽으니 다른 느낌이네요. 여우가 말하는 '길들임'과 '네 시'에 대한 의미를 새삼 깊이 생각해 본 것 같아요. 왕자가 만난 여러 별들의 사람들 속에서 나와 타인의 모습이 보여요. 장미와 어린 왕자의 관계 속에서 떠오르는 이가 있어요. 어린이 도서라고 생각했는데 아니군요. 40대에도 50대에도 두고두고 다시 읽어 보고 싶어요. 린 왕자는 죽었나요? 어디론가 사라져 다시 나타나는 건 아닐까요?



직접 만나 눈빛과 손길을 마주하지 못했다. 마스크를 벗은 민낯의 얼굴로 서툴지만 조곤조곤 완독 소감을 나누었다.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예정된 1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같은 생각에는 공감이, 다른 의견에는 자극이 가득했다. 이게 바로 독서 모임의 맛이구나, 줌 화면이 꺼진 후에도 한참 동안 설렘을 품고 오래 잠 못 들었던 4월의 밤이었다.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이유는 네가 그 꽃을 위해 시간을 바쳤기 때문이야."


--> 다른 독서모임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제가 진행하는 책모임과 선정 도서가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게 생각하려 합니다. 햇수로 4년, 먼저 읽고 논제를 만들고 줌미팅을 준비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기록으로 남기는 소중한 '일'들에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입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 좋은 책 나쁜 책에 대한 구분이 없습니다. 내가 읽고 와닿은 부분, 타인의 의견을 들으며 공감과 수용의 폭이 넓어지는 경험, 모든 책은 소중합니다. 책을 만드는 나무 또한 그렇고요.



"무엇이든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 '같은 책으로 다른 공감을'이라는 모토로 책모임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나와는 다른 의견이 물론 때로는 불편하기도 합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 수백 년 전 쓰인 책 속에서 나, 너, 우리를 봅니다. 마음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 후로도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독서모임을 기획했다. 새벽기상, 필사 모임들을 열었다 접었다. 소설 모임 '소공녀(소설로 공감하는 여자들)'과 '원서북클럽'을 유료 모임으로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함께 읽은 첫 원서는 'The Little Prince'였다.)


함께 쌓은 책탑이 쌓여갈수록,

앞으로도 함께 읽고 싶은 책 제목이 늘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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