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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씬디북클럽 Nov 07. 2024

밤의 후회는 선명해지고

#7 밤



#7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것에 대해 써보세요.



올빼미형 인간,

밤에 피는 장미.

바로 나였다.



오랜 학원 강사 생활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사람이 되게 했다. 오후 늦게 초등 수 시작으로 밤늦은 시간 고등 수 진행했다. 퇴근 후 동료들과 술이라도 한 잔 하고 나면 새벽 두세 시는 기본, 동트는 새벽 귀가해 쓰러져 잠이 들었다. 잠시 스쳤던 그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느지막이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낮동안 몽롱했고 밤이면 어났다.



아침형 남자와 결혼을 하고 나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임신 출산 육아의 터널을 통과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애 낳으면 이렇게 혼자만의 밤을 즐기지도 못할 거야, 태동을 느끼면서도 빈둥빈둥 드러누워 텔레비전 앞을 지켰다. 아이가 태어나 잠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아이가 잘 때 나도 자야지, 낮잠 자는 아이 옆에서 쪽잠을 잤다. 아이가 잘 때 이제 나는 좀 놀아야지, 밤잠 자는 아이를 두고 맘카페와 쿠팡을 들락거렸다. 수면 시간이 길지 않은 아이 덕분에 나의 수면 패턴도 엉망이 되었다. 낮동안 몽롱했고 밤에도 몽롱했다.  



다시 못 올 이 시간을 즐겨야지, 부어라 마셔라 맘껏 먹어야지, 애들 잘 때 못 본 드라마 정주행 해야지, 야식은 치킨과 맥주가 진리지,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잖아.



한 번 찐 살은 빠지지 않을 텐데. 지금 맛있지만 건강에도 좋지 않을 거야. 애가 잘 때 도 같이 자고 에너지를 충전해야 할 텐데. 그나저나 자도 자도 왜 이렇게 피곤한 걸까.



충동과 후회가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다짐과 포기의 연속인 나날들이었다.

밤이면 자괴감이 더 크고 선명해졌다.



그런 하루들이 쌓여가던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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