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밤의 후회는 선명해지고

#7 밤

by 씬디북클럽



#7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것에 대해 써보세요.



올빼미형 인간,

밤에 피는 장미.

바로 나였다.



오랜 학원 강사 생활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사람이 되게 했다. 오후 늦게 초등 수업 시작으로 밤늦은 시간 고등 수업 진행했다. 퇴근 후 동료들과 술이라도 한 잔 하고 나면 새벽 두세 시는 기본, 동트는 새벽 귀가해 쓰러져 잠이 들었다. 잠시 스쳤던 그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느지막이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낮동안 몽롱했고 밤이면 어났다.



아침형 남자와 결혼을 하고 나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임신 출산 육아의 터널을 통과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애 낳으면 이렇게 혼자만의 밤을 즐기지도 못할 거야, 태동을 느끼면서도 빈둥빈둥 드러누워 텔레비전 앞을 지켰다. 아이가 태어나 잠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아이가 잘 때 나도 자야지, 낮잠 자는 아이 옆에서 쪽잠을 잤다. 아이가 잘 때 이제 나는 좀 놀아야지, 밤잠 자는 아이를 두고 맘카페와 쿠팡을 들락거렸다. 수면 시간이 길지 않은 아이 덕분에 나의 수면 패턴도 엉망이 되었다. 낮동안 몽롱했고 밤에도 몽롱했다.



다시 못 올 이 시간을 즐겨야지, 부어라 마셔라 맘껏 먹어야지, 애들 잘 때 못 본 드라마 정주행 해야지, 야식은 치킨과 맥주가 진리지,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잖아.



한 번 찐 살은 빠지지 않을 텐데. 지금 맛있지만 건강에도 좋지 않을 거야. 애가 잘 때 나도 같이 자고 에너지를 충전해야 할 텐데. 그나저나 자도 자도 왜 이렇게 피곤한 걸까.



충동과 후회가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다짐과 포기의 연속인 나날들이었다.

밤이면 자괴감이 더 크고 선명해졌다.



그런 하루들이 쌓여가던 어느 날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