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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씬디북클럽 Nov 08. 2024

4시 44분의 그녀는 없다

#8 아침


#8

내가

아침을 기다리는 이유에 대해 써보세요.




코로나는 많은 것을 앗아갔고

또한 많은 것을 알게 했다.



문화센터와 어린이집 수업이 모두 중단되고 남매의 학교 수업은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확진자 소식에 하루하루 일희일비했다. 나와 내 가족이 확진자 동선에 있지 않길, 우리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보지 않길. 몸도 마음도 움추러든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돌아서면 밥을 했고 치우고 나면 다시 밥때가 돌아왔다. 지겹고 지루하고 지쳐갔다.



우연히 일찍 깨어난 새벽은 또 다른 세상이었다. 네 식구 복작대던 거실과 주방은 오롯이 내 차지였다. 6인용 식탁은 나의 책상이 되었다.



새벽기상에 대한 책을 읽고 유튜브 라방을 찾아들었다. 새벽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새벽에 하루를 닫던 나는 상상할 수 없는 세상. 그 미라클 모닝에 합류했다.



4:44 기상 알람을 맞추고 눈을 떴다. 따뜻한 물 한 잔, 스트레칭, 필사, 영어공부, 나만의 시간을 쌓아갔다. 일 새벽 기상 피드를 SNS에 올렸다. 누군가 지어 준 '4시 44분의 그녀'라는 새로운 별명에 뿌듯했다.




좋아요 수에 연연했다. 새벽 기상 인증만 하고 도로 이불속으로 들어갈 때도 있었다. 나는 새벽 기상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 속에 스스로 빠지고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남들의 "대단하다"는 한 마디에 말로는 손사래를 쳤지만 솟은 어깨를 좌지우지하지는 못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새벽 기상인가.



4:44 기상 알람을 껐다. 보여주기 위한 새벽 기상을 그만두었다.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을 기르기는 힘겨웠는데, 새벽에 안 일어나는 일은 쉽고 쉬웠다. 여전히 아침형 인간인 그가 혼자 일어나 부스럭대며 출근 준비를 할 때도, 새벽 기상을 포기한 잠 많은 아내는 깰 줄 몰랐다.

 


새벽 기상으로 모자란 에너지는 늦잠으로 충전했다.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했다. 특히  밤늦게 먹지 않으려고 애썼다. 배가 등가죽에 붙는 느낌을 양치질한 개운한 입으로 잊으려 했다. 내일 아침에는 각 구운 토스트에 에그 마요를 먹을까. 아이들 유부 초밥을 싸 주고 몇 개를 먹을까. 아니, 아침부터 일찍 여는 해장국집에 가서 든든한 아침을 먹을까. 아침을 기다리는 또 다른 이유가 되었다.



언젠가 다시 새벽 기상을 할 수도 있다. 그때는 누군가에게 보이려는 공허한 노력 말고, 나를 채우고 비워내며 하루를 계획하는 알찬 기상을 하고 싶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하루를 기쁘게 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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