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주말, 서울까지 충동적으로 가을 산책을 나섰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해 보자. 현장 예매는 가능하겠지, 싶었던 건 철저한 착각. 남녀노소 국적불문, 겨울로 들어설 비 예보가 무색한 가을 햇살을 누리려 이렇게나 많은 부지런함이 있을 줄이야.
후원을 뒤로한 아쉬움을 창덕궁 구석구석을 보고 듣고 맡고 만지는 것으로 달게 달랬다. 한복을 입은 타국의 여인들도, 단풍 사진을 찍으려 핸드폰 뚜껑부터 여는 부모님 연배의 어른들도, 아내와 아이의 가을 인생샷을 위해 은행잎 양탄자 위에 몸 사리지 않고 주저앉은 가장도, 모두가 짓고 있는 미소가 내 입가에도 어렸다. 일주일 동안 쌓인 한숨과 고성은 서서히 옅어져 갔다.
창경궁으로 넘어가는 함양문 옆으로 후원 입장객이 줄 서 있었다. 내년 이맘때에는 꼭 예매부터 해서 다시 와야지. 함께 걷고 싶은 이들의 얼굴이 몽실몽실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