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한 국에 밥을 말고 찌개에 밥을 비벼 두세 그릇씩 먹던 아이가 한 그릇으로 끝내던 밤, 아이의 이마가 뜨끈해졌다. 진료 확인서를 위해 매일 병원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열이 조금 내리면 친구들 만나고 싶어 학원에 가려는 아이를 막아세웠다. 오후 출근이 다행인 일주일이었다.
아이가 아프면 걱정이 되는 건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화도 짜증도 나는 내 모습에 죄책감이 든다. 건강이 최고라지만, 학교 수업을 빠져서 어쩌나, 학원비가 얼만데, 어쩜 저렇게 온종일 핸드폰만 들여다볼 수 있나. 티 내지 않기 어려운 말과 행동과 잔소리와 양가감정에 허우적대는 일주일이었다.
어느새 루틴처럼 병원에 들렀다 모처럼 등교한 오늘, 월요일 휴관이 아닌 근처 도서관으로 향했다. 아직은 가을 끝에 발을 걸친 은행나무를 도로 양 옆으로 인사하며 닿은 곳이었다. 오늘까지 대출해야 할 책들을 반납하고, 일부러 찾아 읽고 싶었던 책들을 찾아 책탑을 쌓았다. 그림책 책장을 거닐다가 눈이 가는 책등에 반해 꺼내어 잠시 읽기도 했다. 사들고 간 라테 한 잔은 신의 한 수. 이제는 뜨거운 커피가 제격인 계절임을 부인할 수 없다.
서점, 도서관, 북카페 등 책이 있는 공간은 어디든 설렌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숨이 쉬어진다. 널뛰듯 들고나던 감정들 속에 진정한 쉼이 찾아온 순간도 잠시.
무음으로 해 놓은 핸드폰 화면으로 아이 학교의 번호가 뜬다. 깊고 두터운 한숨을 다시 긴 심호흡으로, 전화를 받으러 밖으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