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소공녀'는 '소설로 공감하는 여자들'을 줄인 말로, 2021년부터 시작하여 매 달 한 달에 한 권씩 소설을 읽는 독서 모임이다. 많지 않은 인원이지만 적지 않은 공감과 사유가 오가곤 한다.
선정 도서를 전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고민. 여러 나라 작가의 책 읽기, 영화와 함께 읽기, 브론테 자매 읽기, 계절 제철 도서 읽기 등의 콘셉트를 거쳐 2024년에는 여성 작가의 책들을 함께 읽고 있다.
11월에 함께 읽고 있는 책은 뮈리엘 바르베리의 <고슴도치의 우아함>. 독서 모임 강연에서 이 책이 언급된 후 읽어야지 마음먹고 중고 도서로 구해해 두었다가 선정했다. 책 선정은 늘 이런 식이다. 언젠가 읽어야지 마음만 배불리 먹고 있다가 내내 안 읽고, 함께의 힘에 기대어 이제는 좀 읽어야지 하는 마음.
읽을수록 말과 글의 맛이 느껴진다. 독서와 문학의 힘에 공감하게 된다. 직업 (또는 계층)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혔던 내 모습이 투영되며 철학적 사유가 가득하다. 이전에 함께 읽었던 <안나 카레니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언급되어 새삼 반가웠다. 이토론 유쾌하고 우아한 연애 소설이 있나 싶으면서도, 50대의 수위와 10대 소녀의 시선이 교차하며 만들어지는 호흡 조절이 흥미진진했다. 11월에 읽기 제철이라는 느낌이 들 때면 책 선정에 대한 자부심이 슬그머니 솟아난다.
멤버님들보다 조금 먼저 읽는다. 읽으면서 함께 나누고 싶은 질문들을 고른다. 완독 소감과 별점, 인상 깊은 부분을 낭독하는 질문들은 늘 있고 항상 중요하다. 이번 책은 강원임 작가의 <엄마 독서 모임의 질문들>에서의 논제들을 참고했다. 그중 하나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팔로마가 르네를 보고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말하듯이, 르네도 친구 마누엘라를 ‘포르투갈 출신 가정부의 원형에 대한 반역자’(p38)이고 마음이 귀족, 귀부인이며 저속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합니다. 르네는 마누엘라가 직접 만든 과자를 마치 여왕에게 주듯 건네는 모습 속의 우아함을 이야기하는데요. 여러분은 ‘우아함’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생각이나 행동)
내 꿈은 핑크 할머니라고 말로 글로 표명해 왔다. 무겁지 않지만 가볍지 않고, 말을 잘하기도 듣기도 하며, 사랑스러운 행동과 몸가짐을 장착한 귀여운 어른으로 나이 들어가고 싶다. 그 가운데 '우아함'이라는 것도 당연히 빠질 수 없다.'우아(優雅)하다'를 검색했다. '넉넉할 우'와 '맑을 아'를 쓰는 이 단어의 의미는 '고상하고 기품이 있으며 아름답다'이다.
그렇다면 내가 상상하는 고상하고 기품 있고 아름다운 할머니는 어떤 모습일까.
선을 넘지 않는 예의에 기반한 친절과 환대를 나눌 줄 아는 사람, 혼자만의 고독을 기꺼이 누릴 줄 아는 사람, 어린이와 젊은이들에게 다정한 사람, 열린 마음을 갖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그러려고 노력하는 사람, 책을 곁에 두어 깊고 얕은 다양한 사유를 시도하는 사람, 음악 영화 공연 미술 등 예술을 곁에 두어 즐길 줄 아는 사람, 편견과 오해를 인정하고 깨치려 애쓰는 사람.
그리고, 우리 모두는 늙어가고, 그건 아름답지도 좋지도 즐겁지도 않으리라는 확신을 가지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절대로 잊지 않는 사람. 그리고 중요한 건 지금이라는 걸 생각하는 사람. (같은 책 p187 인용)
고슴도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겉으로 보면 가시로 뒤덮여 있어 철옹성 같지만, 꾸밈없는 세련됨을 속에 지니고, 겉보기엔 무감각한 듯 하지만, 고집스럽게 홀로 있고 지독하게 우아한 작은 짐승처럼 말이다. (같은 책 p206)
'내 꿈은 우아한 핑크 할머니' 언젠가 다시 나의 꿈에 대한 글을 쓴다면 제목은 이렇게 쓰겠다.
이번 소설에서 던져진 질문들에 대한 다른 분들의 답을 듣고 싶다. 그 안에서 더하고 싶은 나의 답도 마저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