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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Jun 15. 2017

안녕 대한민국

안녕하냐는 그 흔한 말이 가슴에 콕 박힐 때가 있다. 한국의 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전국 노래자랑>의 진행자 송해 씨는 인사말에 꼭 '멀리 계신 해외 동포 여러분, 해외 근로자 여러분. 지난 한 주 안녕하셨습니까'라고 인사한다. 이역만리 타지에 사는 나 같은 동포들, 해외 근로자들은 그 한마디가 참 고맙고 눈물겹다. 나는 마음속으로 '안녕하세요, 아저씨. 네, 저 여기에 잘 있어요.'라고 답했다.


모두들 저마다의 사정으로 고국을 떠나고 각자의 방식으로 떠나온 곳을 그리워한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 살면서도 한국음식을 찾고 한국방송을 보는 것 또한 우리가 떠나온 고국을 그리워하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세금도 내지 않고 각종 의무는 지지 않으면서 무슨 한국인 코스프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부모를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듯이 서류상 국적을 바꾸고 사는 곳이 달라졌다고 해서 내 나라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2017년 외교부가 발표한 재외동포현황을 보면 전 세계 재외동포가 무려 740만 명이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세계 이곳저곳에 나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타지에서 우리 같은 재외동포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한다. 우리의 모습, 행동, 입을 통해 한국을 알린다. 그렇게 우리의 영역을 넓혀 나간다.  


나도 그랬지만 사람이든 기업이든 해외에 진출하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한인 커뮤니티이다. 타지에서 만난 한국인이 얼마나 반가운지 꼭 잃어버린 형제를 찾은 느낌마저 들었던 적이 있다. 그렇게 우리는 도움을 받고 또 다음 이민 세대에 그 빚을 갚으며 살아간다.


해외에 살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곳 커뮤니티 일은 물론 한국 정세에도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낸다. 나도 선거철이 되면 재외국민 부재자 투표를 신청하여 내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한다. 한국 뉴스도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이다. 세월호와 같이 가슴 아픈 소식에 내 새끼를 잃은 양 아파하고 함께 슬퍼한다. 얼마 전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을 보고도 통일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사는 것이 바빠 한국에 있는 친지들과 연락 한번 못해도 고향에서 가뭄이 졌다 하면 올해 농사 걱정이 되고 계속되는 미세먼지 소식을 접하면 중국이 그렇게나 미워진다. 미국 스포츠 선수의 경기는 보지도 않으면서 한국 선수의 승보에는 뛸 듯이 기쁜 마음이 든다.


러시아 시인, 니콜라이 네크라소프가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라고 했던가. 어느 한국방송에서 일면식도 없는 연예인의 안녕하냐는 그 인사 한마디에 코끝이 찡하고 조국의 소식에 일희일비하는 것을 보면 나를 비롯해 타지에 사는 많은 이들이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


나도 오늘은 내 나라에 인사를 건네 본다. 

"안녕, 대한민국!" 

모든 만남의 시작과 끝을 잇는 '안녕'이라는 말이 오늘따라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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