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해야 하는 감정들이 있다. 합의 하에 폐기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에는 누군가에게 떠밀려 억지로 버려야 한다. 버려야 새로운 사람을 향한 새 감정이 생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서둘러 버릴 때도 있다.
나는 가끔 그 마음을 어디다 버려야 하나 고민한다. 혼자만의 소각장으로 가 하나하나 추억을 곱씹으며 태워야 할까. 그럼 넌 검은 연기를 타고 사라져 줄까. 아니면 눈 딱 감고 변기에 버려 물을 내려 버릴까. 그럼 그 마음이 흘러 하수처리장을 거쳐 다시 강으로 흐르고 바다에 다달아 저 깊은 심해에서 다른 버려진 마음들과 만나 합쳐지려나. 무심코 쓰레기통에 버려 냄새나는 오물과 주인 잃은 쓰레기들과 쓰레기장에 처박혀 썩어 문들어지는 것이 나으려나. 그렇다고 유기견처럼 길바닥에 몰래 버리고 냅다 튀기에는 자꾸 뒤가 밟힐 것 같다. 어쩌면 너란 놈은 용을 쓰고 나를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
자연친화적으로 재활용하는 일도 생각해 보았지만 누군가를 향했던 마음을 애써 새 주인을 찾아 재사용하는 것은 실례인 것 같다.
역시 버리는 것도 다 일이다. 마음을 잘 담아 버릴 수 있는 감정 폐기 전용 종량제 봉투라도 있었으면 싶은 하루다. 쉽게 버리지 못할 것들은 애초에 줍지도 말았어야 했는데 나는 그때에 네 마음을 너무 덥석 쥐었다. 이럴 줄도 모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