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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Apr 01. 2016

살 날, 죽을 날

내가 현재 인간 수명의 평균치만 살아도 나에겐 아직 살 날이 많이 남아있다. 오늘이 내 살 날들의 마지막인 것처럼 충만하게 살고자 노력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렇지 못한 날도 더러 있다. 될 대로 되라식으로 내 버려두는 그런 날 말이다.


죽을 날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죽을 날에 나의 모습에 대한 상상은 종종하고 있다.


나의 죽을 날에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였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 한 데 모아놓고 죽을 순 없겠지만 단 한 명이라도 내 옆에 꼭 있어 내가 마지막으로 눈으로 기억하는 것이 그의 얼굴이면 좋겠다. 내가 마지막으로 살을 맞대는 상대가 그였으면 좋겠다.


무엇을 누구에게 주고 남기느냐에 대한 유서는 남기고 싶지 않다. 그저 내가 산 날들을 멋지게 표현할 수 있는 짧은 글귀면 족할 것 같다. 로맹 가리의 그것처럼 잘 쓸 자신은 없으나 마지막 남길 내 글은 딱딱한 컴퓨터 타자기로 남기지 않고 연필로 꾹꾹 정성스레 눌러쓸 셈이다.


태어남도 내가 어찌하지 못했는데 죽음도 어쩌면 내가 어찌 손 쓸 겨를 없이 급작스레 들이닥칠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 두 가지 바람은 꼭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


살 날이 정말 많이 남았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처럼 하루하루를 간절하게 그리고 마음과 몸이 상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살아야겠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이 그랬다.

싸움에 있어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이 삶이라는 긴 싸움에 죽을힘을 다해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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