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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경 Jan 03. 2024

엄마라는 이름의 여자 넷

공동육아방 사총사

어머님 이리 오세요
어머니 안녕하세요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어서 병원에서 처 들은 '어머님'이라는 단어. 나는 그 단어가 아주 어색했다. 10년을 훌쩍 넘어 나이가 든 느낌이랄까, 항상 이름으로 불리던 내 이름이 사회에서 다시 불리어질 일이 없어졌다. 내가 워킹맘이었다면 사회에서 이름이 불리어졌겠지만 전업주부인 나는 그냥 '소람이 엄마'다.


 전업주부로서 불만은 전혀 없다. 외벌이를 는 남편에게 심으로 감사다. 얼마 전 김미경 교수 영상에서 허를 찌른 문장을 들었다. "여자들은 집에서 울던지, 지하철에서 울든지 어디서든 울어요. 우는 장소만 정하면 돼요." 나는 아이를 낳고 눈물이 꽤 많아졌다. 에는 수면 부족으로 인한 육체적 힘듦과 이 작은 생명체를 무사히 키워낼 수 있을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울었, 아이가 커갈수록 엄마로서 나의 부족함을 마주하며 눈물이 .


 나는 시댁과 친정이 멀어 양가 부모님 도움을 받지 못한다. 27개월 아이를 가정보육 중이고 남편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근무한다. 남편은 월요일 목요일 야간근무다. 남편이 외벌이로 힘드니 재활용 포함 모든 집안일은 내 몫이다. 편은 퇴근 후 내가 설거지나 집안일을 할 때 아이랑 놀아준다. 정적인 가장이 되려 노력하는 남편은 일요일 파스타, 스테이크, 캘리포니아 롤, 김치찌개, 부대찌개 등의 요리를 해주기도 한다.


 나는 무역업, 패션업, 대행(디지털/PR/이벤트)에서 10여 년 직장생활을  업무 특성상 밤샘 잦다. 월말마감, 시즌촬영 전, 대행사에서 긴급 제안서를 써야 할 때 핫식스로도 부족해 몬스터로 견디며 밤샘 한 날들도 많았다. 최대 3일을 밤샘한 적 있지만 그 끝에는 퇴근이 있었다. 육아에는 퇴근이 없다. 아이는 껌딱지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인데 혼자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 아이가 잠든 시간만이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다. 글을 쓰기 전에는 아이가 잘 때 유튜브 영상들을 보거나 집안일을 했다. 요즘은 아이가 자면 글을 쓴다. 거지는 매끼 했었는데 글을 쓴 후로는 저녁에 한꺼번에 한다.




 나는 27개월을 어떻게 보냈을까. 아이는 너무 사랑스럽다. 우리 부부가 하는 말이 있다. 사랑스러운데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그래도 귀엽고 예뻐서 이 순간이 행복하다는 말로 끝맺는다. 지금이 행복한 건 맞는데 하루하루 고된 것도 사실이다. 그 시간 동안 나를 견디게 해 준 육아 동지들이 있다. 21년생인 소람이는 코로나베이비다. 우리는 조리원 동기가 없다. 집에 와서 신생아와 고군분투하며 100일, 돌이 지나 아이가 성장 부모가 알아야 할 정보어난. 유튜브와 책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 먼저 결혼 한 가족이나 지인에게 물어볼 수도 있지만 매일 사소한 일상을 묻기에는 눈치가 보인다. 그때 알게 된 것이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동육아방이었다. 처음부터 정보를 얻고, 육아동지를 만나고자 간 것은 아니었고 그냥 숨통을 트이기 위해 간 것 같다. 그때는 어른 사람과 대화가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이와 하루 종일 있으면서 나의 어휘선택과 문장활용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6개월 때 소람이는 처음 공동육아방을 갔다. 거기서 아이의 인생 첫 친구 아린이를 만났다. 아린이를 만나고 소이를 만나고 나은이도 만났다. 아이와 함께 아이엄마들도 친구가 되었다. 아이엄마들이 친구가 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사회성이 발달되었고 아이들도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다.


 지금 아린이 엄마는 둘째를 출산하며 친정이 있는 강원도에, 소이엄마는 친정 근처 안양으로, 나은이 엄마는 학교로 복직을 했다. 뿔뿔이 흩어졌지만 소람이 침대 머리맡에는 친구들과 찍은 사진액자가 있고 자기 전에 항상 친구들 이야기를 한다. 종종 아이는 친구들에게 영상전화를 해달라고 하기도 한다. 나는 육아를 하다 좀처럼 감정조절이 쉽지 않은 부족한 내 모습과 마주할 때 육아동지들에게 도움을 구한다.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 나에게 꽤 도움이 된다. 가까운 가족보다 도움을 얻게 되는 순간이 많다. 엄마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아이들은 우정을 배운다.


가장 힘든 순간에 만난 육아친구들.

엄마라는 이름으로 만난 첫 친구이기에 서로 좀 더 조심스럽다. 현재 겪는 상황이 비슷하기에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고 상대의 마음을 가장 잘 헤아릴 수 있는 시기의 친구다. 나의 육아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친구들, 공동육아방 사총사는 나의 귀인 2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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