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놀자!!!ㅋㅋㅋㅋㅋ 야 근데 뭐 하고 노는데? 그래봤자 신랑한테 애 맡기고 밥 먹고 커피 마시면 집에 갈시간인데 놀자라는 말이 너무 웃기다."
"그러네ㅋㅋ내가 니 아니면 지금 누구한테 '놀자! 놀까?'라고 말할 수 있을까?ㅋㅋㅋㅋㅋ 야 근데 '커피 마시자.' 보다는 '놀자!!' 가 더 설레는데?"
"그래 놀자!!!ㅋㅋㅋㅋㅋㅋ 기다려라."
"그래. 나지난달에 만개의 레시피에서 칼럼료 58,020원 벌었다!!! 떡볶이 쏠게."
"치즈사리 추가. 콜!!"
여고동창 J와의 대화. 이 대화는아들의싱가포르 캠프에 가서 나와 2:37:55 동안 서로의 슬픔에 오열하며 영상통화를 한 마지막 부분의 이야기다.
《너의 결핍을 응원해》 23화_얻은 것과 잃은 것 中
내 친구 J는 감수성이 나보다 50배쯤 풍부한 친구다. 나보다 섬세하고 주변에 조심스러우며 본인이 아끼는 사람을 아주 잘 챙긴다. 그래서 나에게 서운한 점이 많은 친구였다. 결혼 전까지 매해 친구 J에게 손절당할 위기가 있었다. 나의 무심함은 친구를 많이 서운하고 외롭게 만들었다.
친구 J는 항상 내 곁에 있어주고 나의 일에 나보다 더 기뻐하고 나보다 더 슬퍼했다. 한때는 그녀의 눈물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내 일인데 왜 울지..." 나는 이번에 친구와 통화하며 친구의 서러움에 같이 눈물이 터져버렸다. 그때 알았다. 눈물이 많은 사람들은 내 안에 슬픔이 많다는 걸. 나는 그냥 눈물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살았는데, 내가 느꼈던 것보다 살아오면서 슬픔이 적었던 사람이었구나.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고 37살을 앞둔 후에야, 여러 가지 감정들로 진정 남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구나. 그때 나는 나의 이야기에 눈물을 자주 보였던 친구가 다시 생각났다. 씩씩하게만 보였던 이 친구가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구나.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엄마가 되어 주변에 의지할 친구도 없이 혼자 서울에서 많이 힘들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곁에 있어줬구나. 그래도 나를 떠나지 않았구나. 지난 시절 본인이 받고 싶었던 것들을 나에게 모두 해준 것이었구나. 여고동창 J와 친구가 된 지 19년 만에 친구가 다시 보였다. 그리고 많이 미안하고 고마웠다.
우리는 식성이 비슷하다. 떡볶이를 좋아하고 오겹살을 좋아한다. 고등학교 시절 동래 메가마트에서 시식코너를 돌면서 행복했던 생각이 난다. 고기뷔페에서 대패삼겹살을 먹으며 행복해했던 기억도 난다. 그녀는 맛집을 가면 나에게 "너랑 꼭 같이 오고 싶어."라며 맛집 블로그 링크를 보낸다. 나의 사춘기와 20대 30대 인생이 조금 더 풍성할 수 있도록 함께 가꿔주고 있는 그녀는 나의 귀인 1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