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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경 Jan 04. 2024

엘리베이터에서 첫 만남

어린이집 안 가는 친구

 23년 11월 2일 목요일 오후 2시 49분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나는 지하 1층에서 탔고 그녀는 1층에서 소람이 또래 남자아이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소람이는 트니트니 문화센터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오후 2시 49분. 어린이집을 다니는 또래 아이들은 아직 하원 전 시간이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몇 개월이에요? 어린이집 다니나요?"


"26개월이요. 어린이집 아직 안 다녀요!"


헐. 대박!!

이게 내 속마음이었다. 공동육아방 사총사도 다 곁을 떠나며 어린이집을 갔고 이제 소람이만 남아 가정보육 중인 상황에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에 가정보육 중인 또래 친구가 있다니. 이건 얼른 소람이 친구를 만들어 주라는 신의 계시인가. 나는 3초간 망설이다 고백했다.



혹시 괜찮으시면 번호 좀..

아파트 1층에서 5층까지 올라가는데 몇 초가 걸릴까?

그 사이 우리는 서로의 간절한 눈빛을 확인 후 번호를 교환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ㅇㅇ호 살아요~ 어린이집 안 다니는 너무 귀한 친구 만나서 기쁘네요 ㅎㅎㅎ!!!!! 다음에 같이 만나서 놀아요~
안녕하세요!!ㅎㅎㅎ 돌전후 아기 때 친한 아기친구들 다 이사 가고 어린이집 가고.. 가정보육 중인 근거리 아기친구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너무 반가워요!!




 다음 날 우리는 그녀의 집에서 만났다. 그녀는 나보다 4살이 어렸다. 리는 그간 어떤 교육을 시켰는지, 앞으로는 어떤 계획인지, 어린이집은 언제부터 보낼 것인지대한 대화를 나눴다. 서로의 나이와 시댁과 친정이 어디에 위치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한두 시간쯤 흘렀을까? 그녀가 혹시 말을 놓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다. 언니 동생을 하자는 얘기다. 나는 기존에 엄마의 이름으로 친구 하는 아린, 소이, 나은 엄마가 있지만 아린엄마를 제외하고는 모두 높임말을 사용하는 사이며, 아린엄마도 엄마의 이름이 아닌 "아린아" "소람아" 아이의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고 했다. 처음에는 아린엄마와도 서로의 본명으로 불러주려 했지만, 아이엄마로서의 삶이 익숙해져 버린 건지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게 어색하여, 아이 이름이 서로의 이름 되었다고 했다. 그녀는 더욱 적극적으로 본명으로 불러주며, 말을 놓는 사이로 지내는 것을 추천했다. 내가 ", 노력해 볼게요."라고 했더니 갑자기 그녀 일어나 포장된 '장난감 카메라'를 가져오말했다.


언니, 이거 소람이 선물이야.

 나는 그녀의 순발력에 빵 터져버렸다. 선물을 받은 나는 반말로 대답을 해야 했는데 "응, 고마워!!"라는 말이 너무 어려웠다. "네. 고마워요..!"라고 나오는 것을 꾹 누르고 작게 말했다. 그녀는 장난감 카메라 외에도 이것저것 많이도 자꾸만 뭘 줬다. 나는 점점 그녀에게 익숙해졌고 어느 순간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우리를 관찰하며 아이들은 벌써 친구가 되어 있었다.


진짜 고마워.
내 인생의 천사 같다

 천사라는 표현을 언제 처음 말했을까. 그녀와의 만남은 잦았다. 책을 좋아하는 그녀의 집에는 항상 읽던 책이 펼쳐져있고 기억하고자 하는 문구는 형광펜으로 그어져 있다. 그녀의 육아법은 육아서적과 매우 흡사하다. 항상 차분하고 일관성이 있다. 매우 감정적인 나와 소람이에 비해 그녀와 그녀의 아들은 차분하다. 비슷한 상황에서도 일관성 있는 육아를 하는 모습을 보면 참 대단하다, 존경스럽다는 감정이 생기면서 나도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언니, 브런치에도 글 써봐

 요즘 요리하며 블로그에 레시피 포스팅 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만개의 레시피 셰프를 제안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더니 그녀는 브런치에도 글을 써보라 했다. 지나가는 말로 툭 던진 그녀의 한마디는 남은 내 인생을 바꾼 듯하다.




 육아동지 사총사가 육체적으로 멀어지고, 소람이가 친구 찾게 되는 날이 잦아질수록 내 마음도 편치 않았다.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어도 놀이터에는 친구가 없었다. 아이의 첫 남자친구. 그날 엘리베이터에서 그녀에게 말을 걸지 , 우리의 인연은 이어졌을까?


11월 목요일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그녀는 나의 귀인 3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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