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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경 Jan 04. 2024

한효주 닮은 사회 선생님

고2 담임 상미쌤

오늘내일, 쿠팡에 뭐 시킬 예정?
소람이 필요로 담아놓은 것 있으면
그중 하나만 링크 넘겨!

너무 사소한 것이 되더라도,
나는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궁서체!!!!)

제 말 아시겠나요? 원경 학생?(크크)

뭐든. 꼭!
24년 새해 아침, 고2 담임선생님께 받은 선물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떠오르는 선생님이 몇 분 계신다. 조숙제선생님, H선생님, D선생님, 고2 담임 최상미선생님이다. 조숙제선생님은 초등학교 5학년 담임 선생님이신데 사회생활에 나름 자리를 잡았나 싶었던 20대 후반에 당시 아이러브스쿨로 조선생님을 찾았다. 온화하고 따뜻한 음성이 기억남아 감사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심 선생님 기억에도 내가 남아있지 않을까 조금 기대했던 것 같다. 선생님께서 근무 중이신 ○○초등학교로 전화를 드렸고 초등학교 졸업 후 15년 만에 통화로 선생님의 음성을 다시 들을 수 있었다.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까, 어릴 때 봤던 "TV는 사랑을 싣고"가 떠올랐다. 선생님께 당시 감사한 기억들을 전하고 안부연락을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조숙제 선생님은 여전히 온화한 음성이셨다. 조심스레 선생님은 수많은 제자들을 떠나보내는 나이가 되다 보니 나를 기억하지는 못하신다며 미안해하셨다. 아니라며 괜찮다며 이렇게라도 통화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항상 건강하시라는 인사로 오래도록 마음에 간직한 스승과의 통화가 끝났다.


 솔직한 내 마음은 좀 아쉽고 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허무한 마음도 들었다. 선생님의 상황을 너무 잘 이해하기에 그냥 마음에만 간직하면 되지 굳이 뭘 연락까지 해서는 선생님미안한 마음이 들도록 했을까, 그리고 선생님의 추억에는 내가 없다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펐다. 혼자 간직한 추억이 약간은 서글플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후 찾고 싶었던 선생님들은 그냥 마음에 간직해 두기로 했다. 이기적인 제자인 나는 그때 스승과의 추억마음속에 간직하는 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렇게 31살이 되고 나는 친구 J에게 고2 담임 선생님 소식을 들었다. 나보다 주변을 잘 챙기는 친구 J는 나 이외의 동창 몇몇도 아직까지 연락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당시는 내가 압구정에서 모피회사 실장으로 근무할 때였다. 친구 J가 미쌤이 서울에 오셨다, 나를 보러 선생님과 압구정 이코복스로 오기로 했다. 당시 심장이 요동치는 것이 생생히 기억난다. 상미과 13년 만에 만났다. 고2 철부지는 당시에는 나름 커리어우먼 흉내를 내는 사회인이 되었고 상미쌤은 나를 보며 대견해하셨다. 당시 배우 한효주보다 어린 사회초년생 선생님이셨고 깨끗한 인상에 청초한 외모지만 카리스마가 있어서 여고에서 인기가 많았다. 사회과목 아가씨 선생님은 이제 세 아이의 엄마가 되셨고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제자들을 키워내고 떠나보내신다. 내가 잊어버린 나를 기억해 주시는 것이 참 소중하고 감사했다. 그날이 마음속에 꽤 묵직하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지만 나는 바쁘다는 핑계와 다사다난한 일들로 선생님과의 연락을 이어가지 못했다. 일 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나며 궁금하지만 연락해도 될까..? 내 연락이 반가우실까..? 망설이며 마음을 접었던 적이 있다. 그러다 23년 12월 31일 용기를 내서 연락을 드렸다.


 선생님의 반응은 의외였다. 선생님 역시 내 연락을 바라고 계셨고, 결혼식 때 연락이 없어서 서운하셨다는 말씀, 제자들이 떠나고 나면 근황이 궁금하지만 왜인지 본인의 연락이 제자들을 부담스럽게 할까 쉽게 연락하실 수 없었다고 하셨다. 대체로 먼저 연락 못한 것을 미안해하는 듯한 제자들을 보며, 또 숙제검사처럼 잘살고 있어야 하고 좋은 소식을 전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줄까 봐 망설이셨다고 했다. 하지만 선생님을 스쳐가는 아이들 소식은 늘 궁금하고 들을 때마다 흥미롭다고 하셨다. 그리고 먼저 연락해 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나는 선생님께 연락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이 빵빵하게 부풀었다. 콧바람이 나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밥을 준비했다. 남편은 좋은 일이 있냐 물었고, 나는 고2 담임 선생님이 먹고 싶었던 커피를 보내주셨다고 자랑했다. 남편은 고2 선생님이랑 아직 연락해?? 물었고 나는 씨익 웃었다.


 선생님은 친척 결혼식 하루 전, 4월 26일 서울에 오신다고 한다. 나는 남편찬스를 쓰고 친구 J와 상미선생님과 불금을 보낼 예정이다. 사회초년생 선생님과 18세 여고생들 모두 이제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었다. 선생님은 중3, 초5, 초3 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선생님이자 육아선배인 상미쌤에 많은 조언을 듣고 와야겠다.


여고시절 추억을 밝혀준 상미쌤은 나의 귀인 4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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