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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경 Jan 06. 2024

무역회사 6년차 차장 워킹맘

E사 보살 석민언니

보살스러운 사진이읍노
우와.. 근데... 최근에 내 사진이읍네...
다... 애사진이고

 첫 직장 포워딩 E사 퇴사 6개월 , 언니가 입사한 것 같다. 초대졸 컴공과 듣보잡인 나와 달리 석민언니는 부산 중앙동 무역인의 정통스펙 '부경대 학부 해양대 석사'를 졸업했다. 같은 사원으로 근무했지만 나는 1년 6개월 먼저 입사해 실무짬밥이 있어 언니에게 실무를 알려줬다. 한 번도 말한 적 없지만 속으로 언니가 부러운 몇몇 순간들이 있었는데, 아직 그때의 느낌이 남는 것우연히 알게 된 언니의 초봉과 나의 초봉은 꽤 많이 차이 났다는 것. 지금 생각하면 그건 당연한 이치다. 생무지 아무것도 모르는 애를 이론부터 실무까지 알려주고 일을 시키는 것과 이미 이론 지식은 학교에서 충분히 학습한 사람의 차이. 긴 공부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은 꾸준함과 끈기를 증명한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당장에 내가 더 실무를 잘 아는 것 같고 내가 인수인계해 주는데 왜 내 급여가 더 작지?라고 생각했던 나 역시 그때는 사회초년생이었다.


 그래서 언니에게 좋게 알려줘도 될걸 언니가 실수 한 번하면 까칠하고 짜증 내며 알려준 적도 있었다. 그래도 석민언니는 타격감이 없었다. 언젠가부터 속을 터놓는 동지가 되었는데 더 깊은 속마음을 나눈 건 퇴사 후였고, 내가 서울 상경하면서 우리는 랜선만남을 했다.


 언니의 종교는 불교다. 정토회에서 운영하는 템플스테이인 '깨장(깨달음의 장)'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소방관 남편을 만나 지금은 소람이 또래 딸 엄마가 되었다. 나는 석민언니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나왔고 언니는 첫 직장을 6년째 다니고 있다. 포워딩은 보통 소규모가 많은데 E사는 사장님 포함 6명의 영업사원과 11명의 업무직원, 경리 부장님이 있는 18인의 탄탄한 무역회사가 되었다. E사 사장님 가족이 아닌 당시 꼬마 영맨(영업사원)을 키워 제법 능숙한 영맨이 되었을 때 회사를 물려주려 하셨는데, 전 직원들이 사장님 자리를 더 지켜달라고 회사 그만두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인상 좋은 E사 사장모습이 생각난다.


 E사를 지켜낸 인물 중 석민언니의 공 크다고 본다. 당시 최 차장님은 최이사님이 되셨다. 11명의 업무직원을 관리하는 언니의 현장모습이 궁금하다. 나는 이제껏 한 번도 언니가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기껏 해봤자 "아, 짜증나노.."이 정도다. 같이 근무할 때는 잘 몰랐는데 몸이 허약체질이라 남편이 병약한 병아리로 부른단다. 몸이 약한데 그렇게 긴 시간 공부하고, 꾸준히 한 직장에서 일하고, 그 시간이 언니의 성실함을 나타내는 것 같다.


 그와 달리 소금쟁이 같은 나는 매우 감정적이다. 결혼준비할 때, 엄마에게 서운할 때, 남편에게 서운할 때, 나는 석민언니에게 전화했다. 그러면 언니는 "난또 무슨 일이라고. 별일 아니네. 야 내를 봐라."라며 언니의 고단함으로 나를 위로해 줬다. 언니도 서운한 적 있을 테고 언니도 화날 때가 있을 텐데 언니는 어떻게 그 감정을 해소하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수출부 업무직원이 한 명 그만 두 가지고 내가 인수인계받고, 새로 온 직원한테 인수인계 또 해주야 돼가지고 우와아.. 정신 나가겠다 ㅋㅋ

 퇴사한 지 14년이지만 안 봐도 알 것 같은 현장감. 형부가 소방관이라 타 지역 근무일 때는 혼자 아이를 키웠다. 물론 시부모님, 친정부모님이 교대로 오셔서 손녀를 봐주시기는 했다지만 곁에 남편 없이 아이를 키우며 일한다는 것은 심리적,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었을 다. 이제 같이 육아하는 애엄마가 되니 꾸준히 성장하 일하는 언니가 멋지고 존경스럽다.


나에겐 항상 보살 같은 석민언니는 귀인 7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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