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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경 Jan 06. 2024

서울에서 만난 B사 회계감사 대빵

삼일회계법인 출신 CPA 킴대표님

저기.. 혹시 저 어디서 본 적 없으세요?

뭐야 이건.. 너무 식상한데. 뻔한 작업멘트인 줄 알았다.


네. 본 적 없어요.

 30살 서울 상경 후 누군가의 소개로 A모임에 자리했다. 다양한 직군의 대표들이 모였는데 주로 자기 계발, 북토크 이후 명함을 교환하고 회원명단끼리 도움이 필요하면 상부상조하는 모임이었다. 대부분 4050 연령대였는데 30대 후반이 가끔 있었고 갓 30이 된 젊은 여자사람은 나뿐이었다. 나는 1인 창업자로 자리했고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왔다.


저는 외국계 B사에서 5년 근무 후 브랜드
○○○○을 창업하게 된 이원경입니다.

나의 자기소개를 듣고 그분이 다가오셨던 것이다.

그분의 자기소개 시간이 왔다.


저는 삼일회계법인에서 10년간 근무 후,
현재 ○○회계법인 킴□□ 회계사입니다.

오마이갓뜨. 생각났다. 싸늘하게 "본 적 어요"라고 말했는데 생각나버렸다. B사 근무시절 회계감사 시기마다 검은색 정장을 빼입고 우르르르 대회의실로 들어가던 삼일회계법인 무리들. 그분은 무리의 대빵이었다.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23살부터 28살까지 5년을 봤는데 왜 기억을 못 했을까, 서울에서 약속도 없이 생뚱맞게 뿅. 이분이 내 눈앞에 나타날 거라는 생각을 1도 못했다. 나는 해외 영업 2팀 소속으로 Sales Administrator였다. 영업 2팀 실무자니만큼 감사시즌이 되기 전부터 서류창고 정리 및 누락된 서류 보충 후, 경리팀장님의 호출이 떨어지면 이유불문 야근다. 검은 캐리어를 일렬로 끌고 반듯한 정장차림의 5인이 들어오면 시선집중이었다. 그들은 대회의실로 들어갔고 감사일 동안 모두가 초긴장이었다. 대회의실에서 호출이 오면 잘못한 것 없, 이해관계가 얽힌 부서 간 책임전가 상황들이 눈에 선하여 가슴 콩닥였다. 회계사들의 아지는 질문에 서류더미를 들고 가 설명하던 일들이 생각난다. 어느 날은 잔뜩 긴장하고 줄줄 설명하는데, 대장 회계사가 스탑 시켰다. 이 정도면 됐다며 "이제 나가서 업무 보세요."라고 말했다. 대장 회계사는 표정이 없지만 따뜻한 분 같았다.


 그분이었다. 인생 참 새옹지마라는 말과 절대 죄짓고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같이 들었다. 자리가 끝난 뒤 킴대표님과 차 한잔 하며 근황소식을 나누었다. 이후 창업 4년을 유지하면서 기장정리, 세금신고 등 회계업무를 최소비용으로 관리해 주셨다. 때때로 서울살이의 고달픔과 두려움이 올라올 때 구수한 포항 사투리로 나를 위로해 주셨다. 무언가 해결책을 얻어서 좋았다기보다, 나의 열정이 닿는 시간마다 예상치 못하게 그분이 나타나서 묵묵히 지켜봐 주신 것이 꽤 따뜻하게 마음에 남아있다. 금은 창업한 사업도 폐업신고했고, 애엄마가 되어 기장정리를 의뢰할 일은 없지만 사람일은 또 모르는 거지 않나. 훗날 다시 무언가 나의 일을 벌이게 되면 기장정리는 킴대표님께 맡길 예정이다.


저 캐릭터 좋아하세요?


그냥 감탄하며 좋아하는
캐릭터 표정이 좋으니깐?
 마치 원경이가 B사에서 나를 보는듯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항상 감사하고, 승승장구하시길. 검은색 정장과 캐리어 끄는 모습이 짱 멋지셨던 킴대표님은 나의 귀인 8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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