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서울 상경 이후 누군가의 소개로 A모임에 자리했다. 다양한 직군의 대표들이 모였는데 주로 자기 계발, 북토크 이후 명함을 교환하고 회원명단끼리 도움이 필요하면 상부상조하는 모임이었다. 대부분 4050 연령대였는데 30대 후반이 가끔 있었고 갓 30이 된 젊은 여자사람은 나뿐이었다. 나는 1인 창업자로 자리했고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왔다.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23살부터 28살까지 5년을 봤는데 왜 기억을 못 했을까, 서울에서 약속도 없이 생뚱맞게 뿅. 이분이 내 눈앞에 나타날 거라는 생각을 1도 못했다. 나는 해외 영업 2팀 소속으로 Sales Administrator였다. 영업 2팀실무자니만큼 감사시즌이 되기 전부터 서류창고 정리 및 누락된 서류 보충 후, 경리팀장님의 호출이 떨어지면 이유불문 야근했다. 검은 캐리어를 일렬로 끌고 반듯한 정장차림의 5인이 들어오면 시선집중이었다. 그들은 대회의실로 들어갔고 감사일 동안 모두가 초긴장이었다. 대회의실에서 호출이 오면 잘못한 것 없어도, 이해관계가 얽힌 부서 간 책임전가 상황들이 눈에 선하여 가슴이 콩닥였다. 회계사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서류더미를 들고 가 설명하던 일들이 생각난다. 어느 날은 잔뜩 긴장하고 줄줄 설명하는데, 대장 회계사가 스탑 시켰다. 이 정도면 됐다며 "이제 나가서 업무 보세요."라고 말했다. 대장 회계사는 표정이 없지만 따뜻한 분 같았다.
그분이었다. 인생 참 새옹지마라는 말과 절대 죄짓고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같이 들었다. 자리가 끝난 뒤 킴대표님과 차 한잔 하며 근황소식을 나누었다. 이후 창업 4년을 유지하면서 기장정리, 세금신고 등 회계업무를 최소비용으로 관리해 주셨다. 때때로 서울살이의 고달픔과 두려움이 올라올 때 구수한 포항 사투리로 나를 위로해 주셨다. 무언가 해결책을 얻어서 좋았다기보다, 나의 열정이 닿는 시간마다 예상치 못하게 그분이 나타나서 묵묵히 지켜봐 주신 것이 꽤 따뜻하게 마음에 남아있다.지금은 창업한 사업도 폐업신고했고, 애엄마가 되어 기장정리를 의뢰할 일은 없지만 사람일은 또 모르는 거지 않나. 훗날 다시 무언가 나의 일을 벌이게 되면 기장정리는 킴대표님께 맡길 예정이다.
저 캐릭터 좋아하세요?
그냥 감탄하며 좋아하는 캐릭터 표정이 좋으니깐? 마치 원경이가 B사에서 나를 보는듯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항상 감사하고, 승승장구하시길. 검은색 정장과 캐리어 끄는 모습이 짱 멋지셨던 킴대표님은 나의 귀인 8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