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건강집밥을 열심히 해 먹었다. 밥을 바꾸는 것만으로 속도 편하고 소화도 잘되고 뱃살도 빠졌다. 특별한 약속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낮에도 마트 과자, 밀가루는 멀리했고 6시 이후는 금식했다. 두 달간 건강식을 지속했다. 석 달째, 그러니까 2주 전부터 나의 식단이 망가졌다. 남편과 아이는 건강식으로 먹이면서 나는 자극적인 게 먹고 싶어 치즈를 넣은 라면을 자주 먹었다. 주말에는 스타필드에서 남편과 훠궈를 먹었다. 아주 끝장나게 맛있었다. 훠궈를 먹고는 달콤 쫀득한 젤라또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어떤 알고리즘으로 신동엽 이소라가 나오는 유튜브를 본 후 이소라 유튜브를 다 보게 되고 신동엽 유튜브를 보고 예전에 가끔 보던 쇼핑하울 채널인 배사임당을 보니 보라끌레르, 옆집언니 최실장, 엘리스 펑크를 띄워준다. 뭐, 설거지하면서 잠깐 보는 거니 가볍게 봤다. 쓸데없는 소유욕을 멀리하자는 마음가짐은 온데 없이, 스멀스멀 물욕이 올라오고 봄기운 오른 예쁜 운동화가 사고 싶어서 사이트를 들락거린다. 문화센터가 끝난 후 매장도 들락거린다. 다행히? 마음에 딱 드는 게 없어서 결제는 하지 않았다. 신발장에 운동화는 충분히 신을 만큼 있다.
딱 3일 정도였는데 내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내 머릿속에 가득 찬 것들은 '사치와 물욕덩어리'였다. 아이고야, 이제 제법 나를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순간 방심이 이렇게 무섭다. 57kg로 떨어진 몸무게는 59kg로 점프했고, 뱃살은 늘었다. 연예인, 유튜버들의 이야기는 아무 생각 없이 듣고 보다 보면 시간만 삭제되는 것이 아니라 나로 하여금 물욕이 솟구치게 했다. 3일 만에 멀미를 느꼈고 현재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든다.
STOP.
오늘 마트에서 가자미를 사 왔는데, 남편은 피자가 먹고 싶단다. 파파존스피자는 저녁 8시에 도착했다. 남편이 퇴근 후 당긴다며 가끔 배달시키는 종목은 족발, 마라탕, 피자다. 며칠 전 나는 함께 먹었다. 한 입 두 입 먹다가 끝까지 즐겁게 흡입했다. 오늘은 한 입만 먹어보라는 남편의 말을 외면하고 설거지했다. 안 먹었다. 가슴 졸이며 오늘 올라간 체중계에서 앞자리까지 바뀌지 않음에 다행으로 생각하며 당장 주말까지 2kg 감량이 목표다. 먹는 것과 보는 영상은 나의 삶을 바꾼다.
내가 얼마나 부족한 인간인지 체험한 날들이다. 다시 나의 알고리즘을 전환시키고 식단을 바꾼다. 저녁 6시 이후는 금식, 마트표 과자는 금지한다. 먹는 것은 내 몸을 만들고 내가 보는 영상은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쉬는 시간 가볍게 본 영상, 설거지할 때 잠깐 본 영상, 아이밥 먹이며 먹은 과자, 오늘은 괜찮겠지 끓인 라면, 오늘까지만 먹은 야식은 나를 만든다.
아이고야. 59kg에 나를 마주해서 다행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자른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