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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경 May 25. 2024

숨이 멎은 찰나의 순간

호흡이 멈춘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 나

24년 05월 14일 (화)

압구정 현대백화점 5층. 카페 몬지. 에스컬레이터가 보인다. 이즈미(일식당) 앞에 앉다. 시선 끝 사람들이 웅성이고 에스컬레이터와 일식당 사이에 의자가 놓여있다. 의자에는 60 후반쯤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눈을 감고 앉다. 단아하고 정갈한 원피스를 입고 핸드백을 들고 앉아 계신다. 옆에는 지인으로 보이는 좀 더 젊은 여성이 중년 여성을 흔들어 깨운다. 곧 백화점 경호직원들이 다섯 명 정도 모여든다. 중년여성은 핸드백을 떨어뜨렸다. 의식이 없어 보인다.


누군가가 내 앞에서 의식을 잃은 모습을 처음 봤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지만 걱정이 되었고 무서웠다. 15분쯤 지나 의사 선생님이 도착고 응급처치를 하신다. 귀를 얼굴 가까이 대면서 소통하시는 걸 보니 약하게나마 의사표현을 하실 수 있는 듯하다. 20분쯤 지나 놀랍게도 손가락이 움직이고 곧 몸의 감각이 깨어나신 듯하다. 119가 도착고 중년 여성체어에 앉아 병원으로 이동하셨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처음에는 마음이 조마조마했다가 내가 21살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할아버지는 정말 건강하신 분이셨는데, 갑자기 하루아침에 쓰러지시곤 3일을 중환자실에 앓으시다 60대 후반. 연세 떠나셨다. 쓰러지신 첫날 할아버지께서 중환자실에 누워계신 모습이 선명하다. 할아버지는 한쪽다리를 일으키려 하셨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모양이다. 다리를 반복해서 휘저으시며 매우 불안하고 두려운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경아야, 내가 죽을라고 하는갑다."

죽음.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음 앞에서 어떤 인간이 초연할 수 있을까, 두렵지 않을 수 있을까. 당시에는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슬픔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마지막 의식이 남아있을 때 할아버지의 표정, 중년 여성의 모습이 교차되며 그들의 두려움이 안쓰럽고, 또 언젠가 나 또한 겪게 될 두려움이라 마음이 쓰인다. 세상 모든 사람은 단지, 그저 호흡에 매달려 있겠지. 세상이 모든 생명체에게 공평 제공한 유일한 것은 시간과 죽음이다. 누구나 태어나면 죽는다. 오롯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죽음 앞에서 평안하게 호흡하는 법을 꾸준히 훈련고 싶다.


숨이 멎은 찰나의 순간

호흡이 멈춘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 나.

적막한 지점의 그 끝에서도


숨이라도 편히 쉴 수 있다면,
조금은 덜 두렵지 않을까?


유지민 작가 | 아쉬탕가 요가 수련자/안내자 @jimin__geu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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