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며 스며드는 변화가 좋다
영희 씨, 오늘 애들 어린이집에서 낮잠 재우지 말고 일찍 픽업해서 천호동 키즈카페 갈까? 주말에는 사람 많고 애들 가면 좋아할 것 같은데,
좋아요. 갑시다!
동희언니의 제안에 40개월 두 꼬마는 12시 반에 하원 후 키즈카페를 갔다. 기구가 꽤 많은 대형 키즈카페인데 교구들도 잘 정돈되어 있다. 안내요원 중 유독 1인 다역을 하는 친절한 분이 있다. 어! 또 저분이네. 여기, 저기 넓은 키즈카페에서 다양한 기구를 혼자 케어하셨다. 그리고 기구를 타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눈빛과 말투, 사람이 없을 때는 "한번 더 탈까?" 속삭이며 두 번씩 연속으로 태워주는 센스. 영희도 그분을 눈여겨보긴 했다. 동희언니는 참 친절한 직원이라며, 표정이 온화해서 좋다고 키즈카페에 오는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 같다 말했다. 4시간을 알차게 놀고 짐을 챙겨 나오는 길. 동휘언니가 편의점에 뭐 좀 살게 있어 들렸다 따라나간다고 했다. 출구에서 마주친 친절한 안내요원이 동희언니에게 감사인사를 한다. 차에 타서 언니가 말해주길, 아이들을 살뜰히 챙겨주는 모습이 예쁘고 고마워서 음료수를 전해줬다고 했다.
그 말에 뇌리를 스친다.
왜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 느꼈는지,
참 따뜻한 어른이지 않나, 별거 아니지만 그런 마음을 전하는 것은 별거 아닌 것이 아니다. 아마 기구 안내요원 분은 고된 일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 발걸음은 매우 가벼웠을 것이며, 그녀가 받은 음료수는 스스로 사 마시는 것보다 훨씬 시원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언젠가 슬럼프가 올 때 오늘의 순간이 힘이 되는 하루로 기억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정말 힘들 때, 전혀 연관 없는 이가 베풀어준 사소한 호의가 삶에 큰 의미가 되기도 한다'는 말을 어느 드라마에서 본 적이 있다. 드라마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꽤 오랜 시간 그 장면이 각인되어 있다.
동희언니는 잠옷바지 사진을 보여주며 영희에게 어떠냐 묻는다. 집에서는 사시사철 똑같은 꽃무늬 바지만 색깔별로 입는 영희에게 '편하지만 너무 잠옷 같지 않은 예쁜 바지'를 하나 사주고 싶다고, 하나씩 커플로 같이 입자고 한다.
곧 설명절. 영희의 부모님은 가끔 일이 있어 서울에 오시기도 하고 꼭 명절 중에 가야만 의미가 있나 싶어 먼 지방에 있는 친정에 이번엔 내려가지 않고, 다음번에 갈까 생각 중이었다.
동희언니는 곧 다가오는 설 연휴 4박 5일을 시댁에서 지낸다고 했다. 동희언니는 시댁에서 4박 5일을 지낸다는데.. 영희는 친정에 설명절 26일, 27일 1박 2일 가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영희의 남동생도 그 일정에 맞춰 함께 보기로 했다.
영희의 원가족이 모이는 날이다. 하마터면 원가족의 만남에 영희만 빠질뻔했다. 동희언니는 한 번도 '이래야지, 저래야지'훈수 둔적 없지만 그녀의 삶을 바라보며, 영희는 본인의 삶을 다시 보게 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수정되는 변화는 대체로 따뜻했다.
영희는 따뜻한 사람이 함께하는, 따뜻한 삶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