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 말고 내 위주로 해줘
와서 뭐 먹고 싶은 거 있나?
그냥 아무거나 엄마 하기 편한 걸로 해줘.
영희는 별이 점심밥을 먹이고 설거지를 하다 어제의 '아무거나'가 마음에 걸린다. 혜자에게 전화를 한다.
평소 당뇨식단, 저염, 유기농 건강식을 유지하는 혜자는 간이 센 음식을 먹지 않는다. 채소 위주의 식단, 통곡물밥 조금, 단백질 적당량. 불필요한 간은 지양한다. 영희는 자랄 때부터 뭐든지 복스럽게 잘 먹었다. 밥상머리 예절을 할아버지, 할머니와 합가시절 배웠는데 마지막 밥풀 하나도 다 먹고 마르지 않게 물을 부어 마시라고 알려주신 것이 지금도 기억난다. 혜자는 지난날 사위 철수의 밥을 준비할 때, 남긴 음식이 마음에 걸려 매번 사위가 올 때면 끝이 없는 식단고민을 한다.
배추 전 굴전도 먹고 싶은데, 그리고 게 넣은 엄마표 된장찌개! 엄마가 자작하게 게 넣고 숙주 넣고 끓인 게 장국 같은 그거 먹고 싶다. 어디 파는데도 없고, 내가 해도 그런 맛이 안나더라. 별이 아빠가 김치찌개를 좋아하니 내가 여기서도 주 1회는 끓여주는데 나는 김치찌개 안 먹는다. 몸에 딱히 좋지도 않고..
엄마표 된장찌개랑
계란말이 해줘 그냥
안 먹으면 김 있잖아
김 있지
좀 신경 써서 끓인 김치찌개는..?
(철수는 김치찌개를 좋아한다. 건강식 nono...)
배추 전은?
굴은?
그럼 보쌈은?
다음 날 아침은 떡국,
점심은 횟집 예약했는데 전날도 회 먹으면 안 질리나?
엄마! 회는 안 질린다. 엄청 좋아함!!
결국 영희를 위한 엄마표 '게장찌개'와 철수를 위한 회를 뜨기로.
오랜만에 별이 아빠랑 재복이도 다 같이 보는데 맥주 한잔하겠지? 서울에는 회가 귀해서 매일 먹어도 안 질림!
아들, 딸, 사위, 손녀와 하룻밤을 준비한다. 집청소를 하고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요리를 한다. 자식들이 오기 이틀 전쯤에는 어느 방에 어떤 이불, 어떤 베개를 놓아둘지 혜자는 손님맞이 준비를 한다. D-day 아침, 혜자는 직접 블렌딩 한 아로마오일을 아이들 침구에 톡톡 뿌린다. 천방지축 말괄량이 별이가 왔다. "뛰면 안 돼~ 고양이 걸음 알지?" 집안 가득 별이의 재롱에 껄껄 깔깔 웃음소리, 여럿 목소리가 뒤섞여 조용하던 집에 사람 사는 온기가 가득하다. 영희는 혜자의 시선을 따라가 본다.
각자 길을 찾아 독립한 자식들이 오는 날, 조용하던 일상에 적당한 긴장감을 준다. 오랜만에 내 집에서 내 새끼들 만날 그날을 준비하는 혜자의 목소리는 설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