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대화도 할 수 있는 너에게
동희언니를 데려다주고 오는 밤 10시. 어둑한 공기가 거리를 가득 메운 밤, 나는 도로 위 차 안이다. 보통은 좋아하는 그날의 노래를 들으며 남편과 아이가 있는 아늑한 나의 집으로 향한다. 느낌은 아직은 연말 같은데 벌써 새해고, 연휴가 지나면 2월이라니.
어릴 때는 새해면 아 벌써 한 살 더 먹네라는 느낌이었는데 아이를 키우는 요즘. 2월 앞둔 1월은 쓸쓸하게 느껴진다. 21년생 별이는 올해 만 3살이지만 예전 한국 나이로는 다섯 살이다. 어른들께서 몇 살이니? 물으면 통상 다섯 살이라고. 별이의 어린이집 반친구 7명 중 5명은 유치원으로 떠날 예정이고, 별이는 어린이집을 연장해서 다니기로 했다. 어린이집을 연장한 이유는 입학을 원했던 유치원의 추첨에서 떨어졌기 때문이지만, 지금의 어린이집도 원장선생님과 근무 중인 모든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심이 느껴지는, 훌륭하신 분들이라 불만은 없다.
다만 2월. 아이들로 인해 이어졌던 인연들의 '헤어짐'이 나만의 인연의 끝맺음보다 좀 더 아리게 느껴진다.
별이의 친구 엄마들이 하나 둘 친정 근처로 이사를 가게 되거나 복직을 하게 되면서 멀어지게 되는 시기가 별이가 두 돌 쯤이었다. 나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당시 제일 친했던 아이 엄마에게 "너는 친정엄마 곁으로 가니 괜찮겠지만 남는 나는 너무 허전하다. 많이 그리울 것 같아."라고 말한 것이 생각난다. 그 친구는 둘째를 출산하며 강원도로 갔다가, 곧 3월이면 2년을 채우고 같은 아파트 옆동으로 다시 돌아온다.
별이 두 돌 쯤이 첫 이별의 시작이다. 엄마들이 하나 둘 떠났고 가정보육을 길게 했던 별이는 떠난 친구들의 사진을 보며 아직도 그 친구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별이 선생님과의 첫 이별은 히히 호호 방문수업이었는데 1년 반을 채우고 그만둘 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미안함'보다는 정이 많이 들어서, 내 아이의 아가시절을 기억하는 사람. 매주 1회 일 년 반을 우리 집에 와서 30분씩 아이와 놀아주고 나의 근황을 묻던 어른 사람과의 이별이 참 어려웠다.
25년 01월 23일 목요일
트니트니 문화센터(오감발달 체육수업)
별이가 돌 때부터 2년 동안 매주 만난 선생님이
2월까지만 수업을 하신다고 했다.
별이의 지난 2년의 트니트니 사진을 보면 스쳐간 많은 별이의 친구들이 보인다. 꽉 채워 2년을 다니고 앞으로도 55개월까지 꾸준히 다닐 생각인데, 말도 못 하는 아가 돌쟁이부터 쫑알 되는 아가씨까지 자라는 동안 많은 시간 몸으로 놀아주신 선생님과의 이별이 꽤 많이 슬프게 느껴졌다. 차라리 좋은 소식으로 그만두시는 거라면 조금 덜 서운했을까, 몸이 휴식을 필요로 하여 어쩔 수 없이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시니 마음이 좀 찌르르하다.
첫 번째, 엄마들과의 이별
두 번째, 히히 호호 선생님과의 이별
세 번째, 트니트니 선생님과의 이별
...
앞으로 예정된 이별이 있다.
어린이집 친구들, 어린이집 담임선생님..
이제 시작이겠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막상 당사자로 겪었던 나의 이별보다, 아이의 엄마로 겪은 이별이 더 아프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엄마가 되어서일까.
너는 2월이 어떤 계절 같아,
너에게 2월은 어떤 의미가 있어?
..2월 3월 너는 달리 느껴져?
아 그리고,
좋아요는 20명씩 누르면서
왜 요가, 아로마에센스 이벤트
참여는 아무도 안하는걸까?
...
누구에게도 뜬금없이 전화해 말하기 그런 것들을 물어보고 우리는 간밤에 꽤 짙은 담론을 이어갔다.
"언니, 나와! 데리러 갈게"
이 친구와의 기억 속 장면. 부산 송정 메르시 카페 검은 파도소리가 철썩일 때 수박주스를 마시며 꿈을 키웠다. 오늘따라 유난히 그날이 그리운 밤이다.
언니, 연휴 뒤 수요일 갈게
요가하러 온나. 김포에서 답십리까지 10시 반이면 언제가 편하노? 9시 전에 넉넉히 출발해야겠네.
초등학교 5학년 교생선생님과 헤어지는 날 엄마가 준비해 준 '손수건으로 만든 장미꽃 10송이'가 생각난다.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그 꽃을 접었을지, 다음 날 고마움에 눈물 흘렸던 첫 교생실습자 20대 중반 앳된 선생님 모습이 떠오른다.
"엄마, 나 선생님 집에 초대하고 싶어"
트니트니 선생님과 이별을 인지한 별이가 말한다.
"허허, 그건 반댈세." 철수가 웃으며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