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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Feb 23. 2018

2018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2018.02.09 - 2018.02.20, 서울아트시네마.

매년 2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진행되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올해 영화제의 부제는 ‘저주받은 영화들’이라는 컨셉으로, 궁금한 작품들이 상당히 많았지만 그 중에서 시간이 맞는 6편을 관람했다. 폭넓게 말하면 ‘고전’이라 할 수 있을 토드 브라우닝의 ‘프릭스’와 알프레드 히치콕의 ‘토파즈’는 둘 다 나쁘지 않았다. ‘토파즈’의 경우 히치콕의 영화 중에서는 범작으로 취급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흡인력은 상당하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무시무시한 70년대를 지나 약간 힘을 빼고 만든 소품격의 작품 1983년작 ‘럼블 피쉬’는 맷 딜런, 미키 루크, 다이안 레인, 데니스 호퍼의 예전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현재는 픽사와 함께 작품을 만들고 있는 브래드 버드가 픽사에 합류하기 전, 그리고 실사 영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과 ‘투모로우랜드’를 찍기 전에 만들었던 작품인데, 그런 의미에서 그의 흔적을 되짚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별도의 단락으로 언급할 만한 영화는 아래 두 작품이었다.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코 안제이 주와프스키의 ‘은빛 지구’. (그는 흔히 안드레이 줄랍스키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Andrzej Żuławski이므로 폴란드어 발음을 한글로 그나마 가깝게 표기하자면 안제이 주와프스키가 좀 더 적절하다.) 대체적으로 안제이 주와프스키의 작품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은빛 지구’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무시무시한 작품이다.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이 작품은, 이미 범상치 않은 그의 영화세계를 극한까지 몰아붙인 느낌이라고 할까. 그리고 이 괴작은 영화 바깥의 세계와 맞물려서 비로소 완성되는 역설의 영화이기도 하다. 폴란드 정부의 제작 중지 명령 때문에 무려 10년의 세월이 지난 뒤에야 정식으로 공개될 수 있었던 이 작품은, 유실된 필름의 일부를 이야기와 동떨어진 별도의 푸티지 영상 그리고 텅 비어버린 이야기를 설명하는 나레이션으로 채워넣었다. 마치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것만 같은 (그러나 구멍이 메워진다고 해도 난해하기 그지없는) 영화가 마무리되고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은빛 지구’가 영화 밖에서 완성되는 그런 종류의 영화라는 사실에 탄식을 내뱉을 수밖에.



덧붙여서, 에른스트 루비치의 ‘엔젤’ 역시 정말 좋았다. 에른스트 루비치의 우아한 연출은 물론이고, 마를렌 디트리히와 멜빈 더글라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러닝타임이 훌쩍 지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자세한 영화 얘기는 루비치의 다른 작품을 좀 더 본 뒤에 할 수 있을 것 같고, 워낙 인상적인 작품이었으니 일단 두 배우가 등장하는 스틸컷 하나를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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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009 프릭스 (Freaks, 1932) dir. 토드 브라우닝

S010 은빛 지구 / On the Silver Globe (Na Srebrnym Globie, 1988) dir. 안제이 주와프스키

S011 엔젤 (Angel, 1937) dir. 에른스트 루비치

S012 아이언 자이언트 (Iron Giant, 1999) dir. 브래드 버드

S013 럼블 피쉬 (Rumble Fish, 1983) dir.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S014 토파즈 (Topaz, 1969) dir. 알프레드 히치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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