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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Mar 31. 2018

봄날의 영화 산책: '동경의 황혼'

2018.03.18, 서울아트시네마

서울아트시네마에서 3월에 진행된 봄날의 영화 산책 특별전에서, 오즈 야스지로의 1957년작 ‘동경의 황혼’을 관람했다. 마이크 밀스나 짐 자무쉬의 신작처럼 이미 봤지만 다시 보고 싶은 작품들도 있었고, 테렌스 데이비스나 구로사와 기요시의 신작처럼 아직 보지 못해서 보고 싶은 작품들도 많았는데, 결국 시간 관계상 오즈 야스지로의 작품 한 편만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에드워드 양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상영을 놓쳐서 너무나 아쉽다. 극장에서 꼭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인데 말이다.



‘동경의 황혼’에는 오즈 야스지로의 제일 어두운 심연이 담겨있다. 그는 이전에도 줄곧 완전하지 않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어왔지만, 이번에는 완전하지 않은 가족이 어쩨서 완전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과거의 이야기를 깊게 파고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작품들과 비슷하게 경쾌한 장조의 음악이 영화 전반에 깔려있지만, ‘동경의 황혼’은 줄곧 울적하고 묵직한 비극적 분위기에 지배되고 있다. (오즈 야스지로의 작품으로서는 이질적이게도, 사고사하는 인물이 극의 중간에 등장하기까지 한다.) ‘동경의 황혼’에서는 홀로 앉아 고개를 떨군 인물들의 모습이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니까, 이제까지 홈드라마와 같은 가벼운 분위기 속에 깊은 사색을 흘려넣던 오즈 야스지로는, ‘동경의 황혼’에 이르러 가볍던 분위기마저 무겁게 가라앉힌다. 오즈의 영화에서 쉽게 보기 힘든 이 쇼트야말로 ‘동경의 황혼’을 특징지어준다 하겠다.



이 작품은 오즈 야스지로의 필모그래피 상에서 오즈 야스지로가 만든 마지막 흑백영화이기도 하다. (이 다음에 만든 1958년 ‘피안화’부터 유작인 1962년 ‘꽁치의 맛’까지, 그는 컬러로 영화를 만든다.) 오즈 야스지로는, ‘동경의 황혼’이라는 심연을 통해서 과거의 시간에 괄호를 치고 하나의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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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020 동경의 황혼 / Tokyo Twilight (東京暮色,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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