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그리고 둘' 그리고 '아바타'.
7월을 시작하며 두 편의 (재)개봉 영화를 보았다. 에드워드 양 감독의 2000년작 ‘하나 그리고 둘’, 그리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2009년작 ‘아바타’. 장르도, 연출도, 목적도 거의 정반대에 가깝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두 작품을 극장에서 다시 보는 것은, 하반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상반기 동안 정신없이 달려온 데에 대한 쉬어가기처럼 느껴졌다.
블록버스터의 제왕이라 불리는 제임스 카메론은 굉장히 과작(寡作)하는 예술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첨단 테크놀로지를 영화예술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데 있어서는 선구자이기도 하다. 개봉 당시에 떠들썩했던 것처럼, 그가 무려 12년 만에 내놓은 신작 ‘아바타’(10년이 흐른 지금도 이 영화는 여전히 그의 최신작이다)는 3D 영상 그리고 모션캡쳐 기술을 가장 대중적으로 녹여낸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들이 언제나 그렇듯, 그의 작품 속에서 기술은 이야기에 경도되지 않는다. ‘아바타’는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익숙한 플롯을 갖고 있지만, 이를 서사 속 적재적소에 녹여내는 그의 각본 실력과 촘촘하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의 연출 실력은 ‘아바타’에서 날개를 달고 날아오른다. (‘아바타’는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2010년 당시 내 삶에서 압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영화이기도 해서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쯤 되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닿을 수 있는 하나의 경지에 도달한 걸작이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겠다.
대만 뉴웨이브 영화의 대표주자라 불리는 에드워드 양은 사회와 개인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을 휴머니즘적 터치로 녹여낼 줄 아는 예술가였고, 그의 유작이기도 한 ‘하나 그리고 둘’은 많은 작품을 남기지 않은 그의 필모그래피 상에서도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과 더불어 가장 중요하고 훌륭한 영화일 것이다. 카메라를 든 극중 소년은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는다. 이유인즉슨 우리는 자신의 뒷모습을 절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든 인간들이 진실의 절반밖에 볼 수 없는 존재라 여기는 염세적 시선 뒤에는, 카메라를 든 영화가 진실을 이야기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성찰적 시선이 있다. 각자의 삶이 모두의 삶이 되는 잊지 못할 순간들로 가득한 ‘하나 그리고 둘’은,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은 엔딩에 이르면 에드워드 양이라는 예술가가 빚어낸 마지막 세계를 아스라히 움켜쥐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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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055 아바타 (Avatar, 2009) dir. 제임스 카메론
S056 하나 그리고 둘 / A One and a Two (一一, 2000) dir. 에드워드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