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o Sep 09. 2018

75th Venice Film Festival

2018.08.29 - 2018.09.08



방금 2018년 베니스 영화제 시상식이 끝났습니다. 워낙 피곤해서 시상식 생중계를 볼지 말지 고민을 했는데, 그래도 매년 보던 걸 안 볼 순 없다는 생각에 졸린 눈을 비벼가며 봤네요. 결과적으로는 다른 수상작 역시 반가웠지만, 무엇보다도 알폰소 쿠아론의 신작 ‘Roma’가 황금사자상을 거머쥐는 순간을 본 것만으로 잠을 줄여가며 버틴 보람이 있었습니다! 작년 황금사자상이 마찬가지로 멕시코 출신의 기예르모 델 토로에게 돌아갔다는 걸 생각하면, 아카데미에서도 그렇고 최근 멕시코 감독 트리오의 약진이 정말 눈부시네요. 실제로 엄청난 작품들을 내놓고 있는 그들의 행보가 앞으로도 기대됩니다. 재미있게도 작년 황금사자상 수상자인 기예르모 델 토로가 올해 심사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에, 실제로도 절친하다고 알려진 알폰소 쿠아론과 기예르모 델 토로의 투샷을 볼 수 있어서 저까지 뿌듯했네요.


안그래도 지난 주 재개봉한 ‘그래비티’를 몇 년만에 다시 본 탓인지, 알폰소 쿠아론의 황금사자상 수상이 더없이 반갑습니다. 알폰소 쿠아론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다소 도드라지는 영화라 할 수 있을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내놓은 이후 굉장히 과작(寡作)하고 있죠. 2006년 ‘칠드런 오브 맨’을 만든 뒤 7년의 공백을 거쳐 ‘그래비티’를 만들었고, 그 이후 또다시 5년의 공백을 거쳐 ‘Roma’를 만들었으니 평균 6년 꼴로 한 작품을 내놓고 있는 셈입니다. 헌데 이 두 작품이 모두 혀를 내두르게 하는 걸작이기 때문에, (그가 멕시코로 십수 년 만에 돌아가서 만든) 신작 ‘Roma’를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넷플릭스 공개 예정이고 아마 제한 상영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수상작 역시 궁금합니다. 각본상을 수상한 코엔 형제의 신작 ‘The Ballad of Buster Scruggs’ 역시 그들이 내놓은 작품들의 면면을 본다면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감독상을 수상한 자크 오디아르의 신작 ‘The Sisters Brothers’는 그의 전작 ‘디판’이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기대할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The Favourite’ 역시, 바로 얼마 전 ‘킬링 디어’를 굉장히 인상적으로 봤기 때문에 하루 빨리 보고 싶네요.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The Favourite’의 올리비아 콜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At Eternity’s Gate’의 윌렘 대포 역시 매우 반갑습니다.


이번 베니스 영화제는 특히나 칸 영화제에서 논란이 되었던 넷플릭스 배급작들이 경쟁 부문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극장 스크린에서 영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넷플릭스 독점 공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자본의 투자와 창작의 자유를 보장해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에, 결론짓기에 복잡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을 주저하는 칸 영화제와 포용하는 베니스 영화제의 입장 차이 역시 그렇습니다. 심지어 이번 베니스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 수상작 역시 넷플릭스 제작/공개 작품인 ‘Roma’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말이죠.


한편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라즐로 네메스의 ‘Sunset’, 루카 구아다니노의 ‘Suspiria’,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Non-Fiction’ 등의 작품이 수상권에 오르지 못해 조금 아쉽습니다. 그래도 올해 베니스 작품들 중 상당수가 부산국제영화제 라인업에 포함되어 있어 정말 기쁘네요. 이번 해 베니스에서 공개된 작품들 역시 빠른 시일 내에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Interlude막간; 2000 그리고 200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