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8 - 2018.09.09, CGV 아트하우스.
작년 여름에 이어서, 올해도 CGV 아트하우스에서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작품 중 일부를 상영하는 특별전을 개최했다. 이번에는 총 세 작품을 관람했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현기증’을 다시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어서 아쉬웠다. ‘열차 안의 낯선 자들’ 그리고 ‘오명’ 역시 나쁘지 않았지만, 세 편 중에서 최고는 단연 ‘레베카’였다.
‘레베카’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가 오늘날에도 고전이라는 중량감을 잃지 않는 동시에 쉽고 재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를 보여주기에 가장 적절한 작품 중 하나일 것이다. (히치콕이 본인이 연출한 작품 대다수의 각본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데서 간접적으로 드러나듯) 그의 진가는 이야기를 영화라는 프레임 속에 담아내는 손길에 있다 할 수 있다. 그는 주어진 각본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 때, 관객들을 언제 긴장시켜야 하는지는 물론 어떻게 극 속으로 끌어들여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레베카’에는 레베카가 없다. 그 이름이 숱하게 언급될 뿐인 과거의 인물인 그녀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고도 영화 전반에 걸쳐 엄청난 존재감을 내뿜는다. 그리고 ‘레베카’ 속 히치콕적인 장면을 단 하나 골라야 한다면, 나는 일말의 주저 없이 영화 후반부 외딴 해변가 집에서의 시퀀스를 고를 것이다. 레베카라는 인물에 얽힌 과거의 이야기가 비로소 회술되는 이 장면에서, 알프레드 히치콕은 오직 인물의 대사 그리고 카메라의 이동만을 가지고 레베카의 존재를 우아하게 증명해낸다. 그러니까 존재하지 않는 허상을 마음 속에 심어놓는다는 점에서, ‘레베카’ 속 레베카(를 담아내는 카메라)는 마치 영화 그 자체와도 닮아 있다. (‘이창’, ‘현기증’을 비롯한 수많은) 그의 영화 속에 담겨있는 이러한 영화적 속성이야말로, 오늘날에도 알프레도 히치콕이라는 이름과 그가 남긴 작품들이 회자되고 또 회자되는 주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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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078 열차 안의 낯선 자들 (Strangers on a Train, 1951)
S079 레베카 (Rebecca, 1940)
S080 오명 (Notorious, 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