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25, 서울아트시네마.
2018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단 하루 동안 특별상영으로 준비한 루키노 비스콘티의 1963년작 ‘레오파드’를 관람했다.
내부적으로 격변의 시기였던 19세기 후반의 이탈리아를 시칠리아 배경으로 담아내는 이 작품은, 루키노 비스콘티의 시칠리아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시각미술과 카메라워킹에 혼신의 힘을 다했음에 틀림없는 이 작품은, 이렇게 우아한 아름다움 속에 역설적이게도 지독한 내리막길의 정서를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서늘하다. 영화의 후반부 내내 극도로 화려하고 더없이 반짝이는 무도회 장소를 길고 느리게 다루면서도 자꾸 주인공의 뒷모습만을 담아내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개인의 신념 혹은 의지와 관계없이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저물어갈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모습이 ‘레오파드’ 속에 온전히 체현되어 있다. 이렇게나 쓸쓸한 정서가 영화의 겉에 묻어나는 허영과 부귀에 의해서 더욱 점화된다는 점에서 ‘레오파드’는 마치 장식가면 속 얼굴과도 같은 영화다.
‘레오파드’의 처연함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은 실로 기묘한 경험이다. 전락(轉落) 뒤에는 고양(高揚)이 있을까. 2019년은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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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099 레오파드 / Leopard (Il Gattopadro, 1963) by 루키노 비스콘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