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02 - 2019.05.11.
올해도 어김없이 방문한 전주국제영화제. 사실 영화제 스케쥴을 짤 때 작년에 비해 라인업이 상당히 아쉬워서 어떤 작품을 고를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무난한 선택이었다. 엄청 나쁜 작품도, 그렇다고 (작년 ’24 프레임’과 ‘통행증’이 그랬던 것처럼) 입이 벌어지는 작품도 없었던 2박 3일이었다. 물론 전반적으로 좋은 작품이었고, 5월의 전주는 항상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기에 올해도 기분 좋게 다녀올 수 있었다.
사실 이번 전주에서 가장 기대했던 작품은 아녜스 바르다의 유작 다큐멘터리인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였다. 당연히 좋을 것이라 생각했고, 역시나 기대만큼이나 좋았다. 아녜스 바르다가 자신의 작품을 마치 마스터클래스처럼 소개해주는 그런 다큐멘터리라니, 거장의 필모그래피에 (슬프게도) 마침표를 찍기에 이보다 적절한 작품이 또 있을까. 꼬박 70년, 아녜스 바르다의 데뷔작 ‘라 푸앵트 쿠르트로의 여행’에서부터 JR과 함께한 전작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무대에서 때로는 현장에서 자신이 만들어 온 영화들을 소개하는 아녜스 바르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큰한 동시에 마음이 벅찼다. 엔딩에 이르러 기어이 탄식을 내뱉게 하는 아녜스 바르다의 마지막 발자취. 이 영화의 마지막 말처럼, 당신이 사라지더라도 당신이 만든 영화는 남게 될 거에요. 그 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이제 편히 쉬세요.
소리 없는 / The Quietude (La Quietud, 2018)
더 로드 / The Load (Teret, 2018)
그녀의 내음 (Her Smell, 2018)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 Varda by Agnès (Varda par Agnès, 2019)
신성한 바람 / Divine Wind (ريح رباني, 2018)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 Piranhas (La Paranza dei Bambini, 2019)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If Beale Street Could Talk, 2018)
유령 마을 / Ghost Town Anthology (Répetoire des Villes Disparues,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