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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Jun 16. 2019

2019년 봄, 러시아 그리고 폴란드 영화제

4월과 5월에 관람한 동유럽 영화들 이야기.

누구나 개인적으로 애착을 갖고 있는 영화의 지역구(區)가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동구권 영화계에 좋아하는 감독들이 굉장히 많아서, 그 대상이 고전 영화이든 동시대 영화이든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한 기획전이나 영화제에는 당연히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마련된 기획전으로 4월 그리고 5월에 걸쳐 러시아 그리고 폴란드의 다양한 작품들을 여러 편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공교롭다면 공교롭다 할지, 올해 개봉한 영화들 중에서 가장 좋았던 두 편이 러시아 출신 키릴 세레브렌니코프의 ‘레토’ 그리고 폴란드 출신 파벨 파블리코브스키의 ‘콜드 워’였음을 생각하면 이 두 국가의 기획전이 열린 건 참 재미있는 일이었다.) 총 다섯 편의 작품을 관람했는데, 특히나 스크린에서 보기만을 기다려왔던 라리사 셰피트코의 '고양'을 본 것 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일정이었다.





2019 러시아 영화제: 위대한 유산, 새로운 이름들


라리사 셰피트코의 네 번째 장편이자 그녀의 유작인 ‘고양’은 정말 압도적인 걸작이다. 눈 덮인 설원의 정적을 흑백으로 담아내는 촬영과 그 속에서 들끓는 인물들의 감정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각본, 그리고 종교적 색채가 짙은 영화적 터치까지. 일견 복잡한 사건이 없어보이는 고요한 플롯 속에서 인물들의 요동치는 내면이 극이 심화될수록 점점 중첩되어 가는데, 클라이막스에 이르면 이때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감정을 토대로 이미지와 사운드가 스크린을 압도하며 휘몰아친다. 그야말로 경이로운 영화적 고양(高揚). 하루 빨리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관람하고 싶다. 한편, 이반 I. 트베르도프스키의 ‘동물학’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심이 갔던 작품이라 이번 기회에 관람했는데, 인물이나 소재를 다루는 시선에서는 신선한 면이 있었지만 다소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으로 잘 알려진 블라디미르 멘쇼프의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는 긴 러닝타임 동안 코미디 혹은 드라마로서 기본적인 역할을 충실히 다하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평작에 가깝게 느껴졌다.


S021 <고양> (라리사 셰피트코)

고양 / The Ascent (Восхождение, 1977)


S022 <동물학> (이반 I. 트베르도프스키)

동물학 / Zoology (Зоология, 2016)


S023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블라디미르 멘쇼프)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 Moscow Does Not Believe in Tears (Москва слезам не верит, 1980)





한-폴 수교 30주년 기념 폴란드 영화제: 폴란드 학파, 안제이 바이다, 그리고 지금


폴란드 영화제에서는 부제과는 달리 안제이 바이다의 작품은 시간 관계 상 한 편도 감상하지 못했다. ‘바르샤바 3부작’을 비롯해 궁금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굉장히 아쉬웠다. (특히나 숱하게 언급되는 ‘재와 다이아몬드’를 이번에도 놓치고 말았다.) 마우고자타 슈모프스카의 신작 ‘얼굴’ 역시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놓쳐서 꼭 보리라 다짐했는데 결국 포기해야만 했다. 대신 ‘폴란드 학파’의 초기 작품이라 할 수 있을 두 편의 작품을 감상했다. 현재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이 연출과 주연을 도맡은 초기작 ‘부전승’은 다소 아쉽지만 흥미로운 작품이었고, 타데우시 콘비츠키 감독의 장편 데뷔작 ‘여름의 마지막 날’은 시적인 운율과 인물의 감정을 담아내는 방식이 인상깊은 수작이었다.


S032 <여름의 마지막 날> (타데우시 콘비츠키)

여름의 마지막 날 / The Last Day of Summer (Ostatni Dzień Lata, 1958)


S033 <부전승>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부전승 / Walkover (Walkower, 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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