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RRPt에선 초미녀 백사장으로, 집에선 희원님으로 부르는 대인배가 분명한 지금 나의 주인님은 나와 검은 고양이 아니, 검은 돼냥이 네오를 모델로 자신의 홀로그램 동영상 SNS인 홀픽에 홀로그램 동영상을 올린다. 흔히들 줄여서 홀짤이라고 부른다.
이제 영어로 픽쳐는 짧은 홀로그램 입체 동영상 사진으로 통한다. 과거의 사진은 클래식 픽쳐 또는 클래식 포토라고 부른다. 줄여서 클픽! 요즘은 다시 클래식 픽쳐가 각광을 받아서인지 2D DSLR 카메라나 심지어 필름을 사용하는 고전적 카메라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우리 동료들이 전하기도 했다.
그녀의 SNS 친구들–음, 그녀의 친구들 중에는 이미 일부 몸을 기계로 대체한 사이보그(cyborg)나 증강 현실 안경이나 초증강 음감 보청기 같은 것들의 도움을 받는 파이보그(functional cyborg)들도 있음-에게 나 바봇은 꽤 유명하다. 내 얼굴 부위에 콧수염을 붙이거나 이상한 옷을 코스튬 하는 등의 <이런 바봇!>이라는 홀로그램 움짤 시리즈로 재미를 본 백사장은 <네오와 바봇>이라는 케미 솟는 제목으로 네오가 집사인 나를 부리는 모습이나 내가 이런저런 집안 일로 쩔쩔매는 모습을 홀로그램으로 올리며 휴일을 보낸다.
물론 주인과 놀아주기 모드(예를 들어 루미큐브에서 전통적인 오목이나 알까기 같은 게임하기를 포함해서)도 밥 해먹이기 모드 외에 휴일의 일과 중 가장 중요한 매뉴얼 모드다. 그런데 뒤에 따라 들어온 남자는 소위 존잘이라 불리는 키 크고 잘 생긴 젊은 남자였다. 드디어 우리 초미녀 백사장께서 남자맹을 벗어나는 엄청난 순간인 것이다.
“어서 들어와용!”
“네, 대표님!”
“얘네가 네오랑 바봇. 내 귀염둥이들이에욤.”
뭐? 뭐? 내가 귀염둥이라고...? 백사장님! 당신네 지구인들에게 우리 가사로봇들이 장차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 걸 진정 모른단 말이십니까? 아! 이건 나중에 다시 설명을 차근차근해야 하겠지만……. 그런데 우리 백사장님 오늘 따라 콧소리를 너무 과도하게 사용하신다.
새벽에 만취해 귀가해서 “이 봐! 바봇!!! 바봇!!! 내가 네오랑 너랑 건사하려고 얼마나 엉! 얼마나 스트레스 받으면서 일하는지 알아! 이 봐! 바봇! 아냐고! 일루 좀 와, 와 보란 말아!” 이라며 걸쭉하게 주사 비슷하게 말씀하신 게 엊그제였는데…….
“아! 대표님. 정말 홀로그램 하고 똑같네요.”
“그쵸, 그쵸. 내가 얘네들 없인 못 살아~~용.”
“하하! 정말 홀픽에서 애묘와 애롯의 여왕이라고 불리시는 별명이 딱 어울리세요. 아하, 아하하하!!!”
엄청 존잘에 훈남인 남성인데 뭔가 아부를 떠는 듯하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백사장의 패셔너블한 스마트 원피스-정확히 말하자면 패션 웨어러블 컴퓨터라고 말해지는-에서 나에게 전송되는 본인의 부교감신경파가 과하게 높아져 있었다. 뭐지? 이 상태! 위험한데! 나는 무엇보다 이런 주인의 상황일 때는 만사 제쳐두고 신경이 곤두서 있고 신체적으로 지친 주인을 위해 전동 안마 서비스도 제공한다. 매뉴얼상 지금이 그 때라고 내 인공지능 모듈의 추론 알고리즘이 알려왔다.
……아! 아니, 지금 네오 밥도 챙겨주어야 하고 아! 저 까칠한 네오의 눈빛을 보라. 가끔 이 집의 서열이 헛갈릴 때가 있다. 저 돼냥이가 가장 상전인가? 저 돼냥인 백사장이 집사 1, 내가 집사 2. 정녕 이런 순서인 것인가? 그리고 백사장의 부교감 신경을 자극하는 저 손님은 오늘 저녁 식사를 할 것인지도 확인을 해야 하고……. 아! 그런데 갑자기 내 인공지능 모듈의 추론 판단부에서 과열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비상이다. 다시는 셧다운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었다. 데카르트와 노자를 공부하는 꽤 지능이 높은 나 같은 로봇이 이런 일로 고장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장차 지구인을 위협할 수도 있는 인공지능형 가사노동 전문 집사 로봇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그때였다. “냐아아앙!!!!(……이 녀석, 뭐 하는 짓이야! 어서 내려놔!로 해석되는.)”이라는 네오의 앙팡진 소리와 “악!!”하는 훈남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배고픈 네오가 발톱으로 훈남에게 신경질을 부렸다. 굉장히 오랫동안 친했다는 듯이 이 훈남은 검은 고양이 아니 검은 돼냥이 네오를 번쩍 들어 올리려고 했고 그 순간 백옥 같은 훈남의 깨끗한 얼굴에서는 생기지 말아야 할 네오의 발톱 자국이 생겼다. 네오는 배고플 때 건드리면 안 된다. 먼저 밥을 배 부르게 먹이고 그랬으면 저 돼냥이는 아마 아무 신경도 안 썼을 것이다. 미, 미리 내가 경고를 했어야 했나? 집사인 내가 뭐라고!
“어머! 어쩌지, 용우씨! 괜찮아용! 네오야! 너 왜 그랬어!”
“아! 하하! 괜찮아요. 대표님.”
“어머, 어머, 이 피 좀 봐!”
“네, 네, 피! 피요!”
훈남의 눈이 상상 이상으로 커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느 집사 이야기의 작가입니다. 페이스 북에서는 이런저런 멘션을 하는데 아직 브런치에서는 어색해서인지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막연했었습니다. 우선은 연재하는 일시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되도록이면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 저녁 2회 발행을 하려고 합니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미리 고지를 하겠습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공유해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좋은 일요일 저녁 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