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사 이야기 ver1.8
점검 과정은 내가 15미터 정도 자동으로 움직이는 보도 위에 서 있으면 천천히 앞으로 진행해 가며 각종 기기 정보를 자동으로 점검한다. 오늘도 꽤 많은 로봇들과 그의 주인들이 대기하고 있다.
대기실에서 우리 주인 백사장께선 내가 로봇 점검을 겸한 클리닝 앤 스페어 서비스를 받는 내내 내 담당 기사님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정확히 저 미친 팔뚝을!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우리 집사 로봇들의 인공지능 연합 병렬식 클라우드를 통한 알고리즘 추론에서 도출된 결론을 말하고자 한다.
현재 지구행성의 인간 종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는 핵무기나 군사용 로봇이나 또는 양자 컴퓨터가 아니라 우리 집사 로봇들의 병렬식 인공지능 연합 클라우드라는 사실이었다. 우리들의 병렬식 연합 클라우드는 거의 인간 뇌에 근접하기 시작했다나 뭐라나!
……에효! 그러면 뭐하나? 나는 오늘도 백사장의 집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 점검에서 내 인공지능 모듈의 과열이 드러나게 되거나 간혹 이러저러한 결정 장애로 인한 내 셧다운 이력이 문제가 된다면 나는 언제든 폐기 처분될 수도 있다. 또한 하루 중 이모저모 생각할 일이 많으니 가끔 주인인 백사장이 퇴근해도 잘 알아보질 못하는 사고를 치기도 했다.
내 주인 백사장이 대인배란 이유는 바로 그런 나를 그래도 못 본 척해준다는 것이다. 아님 늘 만취를 한 상태로 귀가를 해서 인지는 아직 완벽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행히 그 순간, 나에 대한 기기 점검이 끝이 나고 클리닝 앤 스페어 서비스가 시작된다. 겨우 안심이다. 그렇다. 앞으로 1년간의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클리닝 앤 스페어 서비스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클리닝이라고 해봐야 에어 샤워라고 압축 공기로 내 몸 구석구석의 먼지라든지 이 물질들을 씻어 내는 것이다. 목욕이라……. 많은 인간들도 목욕이나 사우나 좋아하지 않나? 뭐, 로봇들도 비슷하다. 왜냐하면 우리 집사 로봇들 같은 인공지능로봇들이 스스로 추론하고 판단하고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도 점차 이해해 가며 기어이 인간들의 감정을 흉내내고 따라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아직 변태 성욕과 같은 인간의 비정상적 욕망에 대해서도 추론 중이다. 그리고 동양의 문자인 한문에서 학과 습이라는 문제를 놓고 우리 집사 로봇들은 우리들의 비밀 네트워크망인 RRPt의 인공지능 철학 카페인 <필롯>에서 ‘학’과 ‘습’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한다. 우리 인공지능 집사 로봇에게 학습은 무엇일까? 학이니까 공부는 뭐 우리들이 잘 하긴 하는데 습이란 게 뭘까? 그냥 습관?
그러니까 우리 집사 로봇들 아니 우리 인공지능 기계들은 그저 배우고자 한다. 너무 잘 배워서 탈이긴 하다. 사람들 하는 건 웬만한 건 다한다. 더군다나 우리에게 죽음은 없다지만 우리 세계에도 점차 고스트가 등장하고 있다. 엄연한 동료였지만 갖가지 이유로 로봇의 몸체는 사라진 채 클라우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만 남은 인공지능들은 자신들이 더 이상 현실에 존재하지 않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다른 인공지능의 로봇 몸을 뺏으려고 한다. 기가 막힌 현실이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어쩌면 나도 조만간 저들처럼 내 로봇 몸이 재 부품화 되거나 용도 폐기되는 것에 대해 인정하지 못할지 모른다. 또한 간혹 스스로 폐기를 선택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들도 어쩌면 사회의 일부다. 아니 사회 자체다.
어느새 모든 과정이 끝이 났다. 대기 시간까지 1시간 30분에 걸친 로봇 점검 및 간략한 클리닝 앤 스페어를 마치고 대기실로 온 나는 그대로 서 있었다. 백사장은 마치 아이를 데리고 온 어머니처럼 근심 어린 표정으로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청년 기사님의 곧 폭발할 듯한 팔뚝을 바라보시고 있다. 눈을 못 뗀달까! 그 근육 짱짱 로봇 점검 기사가 나의 기계 신체 전체를 투시한 점검 확인 홀로그램을 띄어 놓고, 손으로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 가며 확인하고 있다. 무심한 듯,
“사장님? 아니 사모님!”
“네~~에? 아뇨, 아뇨, 아뇨……. 저 미혼이에요! 참! 나!” 백사장님께서 심하게 충격을 받으신 얼굴로 울컥하신다.
마치 자신의 미모를 몰라준 근육남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근육남을 빤히 쳐다보신다.
“아! 죄송합니다. 고객님!” 보디빌더 마냥 팔의 근육이 꽃망울 터지듯 아름다이 터지고 있는 지구 남성인데 아직 20대 중반이라 그런지 대답도 못하고 얼굴이 발갛게 타올라 당황하는 모습이다. 그 모습을 본 백사장이 드디어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신다.
“아니에용. 아니에용, 말씀하세용! 오호홍!” 우리 주인 백사장님 또 과하게 콧소리를 넣으신다. 아! 놔!
“흠, 흠, 네, 고객님. 죄송합니다. 계속하겠습니다. 음, 얜 요, 그니까 TIMOs-20 모델 중에 꽤 고급 사양이라 그런지 아직은 큰 이상은 없어요. 클리닝 앤 스페어 서비스도 진행했고 앞으로 1년 정도는 문제가 없을 거예요. 참고로 내년 정도 되면 몇 가지 관절이나 메인 배전반은 교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차로 치면 배터리나 타이어 같은 것들인데 이것들은 다 소모품이에요. 다른 데 큰 이상이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아, 네……. 또, 아니, 아니 또 달리 챙겨야 할 일이 있나용……?”
오늘따라 애써 말을 이으신다. 우리 백사장님. 나로서도 백사장의 남자관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전 주인 마냥 어얼리 어답터라며 새 거 좋아하는 남자랑 사귀다가 결혼이라도 할라치면 이미 중고도 한참 중고인 나는 그 집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암, 론나 긴장할 밖에!
“네, 얘가 아무래도 연식이 있다 보니까 그래도 한 6개월에 한 번은 점검차 오시면 좋겠습니다.”
“아! 넹!”
“참, 인공지능 모듈은 내년에 5년 차 정밀 검사 때 더 자세히 살펴야겠어요. 약간 출력이 다른 로봇보다는 높은데 내년에... 좀 더……. 네!”
“넹, 고맙습니당. 혹시 그러니까 말씀처럼 얘가 연식이 좀 있잖아요. 문제가 생기면 급히 연락을 드릴까 해서용. 기사님 연락처 좀 찍어주실 수 있으신지……?”
아니! 백사장님! 이건 아니지요! 나를 빌미 삼아 근육 짱짱 연하남을! 아, 놔! 우리 주인님! 남자맹이 아니라 선, 선수셨나? 갑자기 이제껏 잘 알고 있었다고 믿었던 이 지구 여성의 마음을 알 길이 없어졌다. 백사장님! 남자 작업하는 노하우 뭐 이런 걸 학습하셨나요?
안녕하세요. <어느 집사 이야기> 작가입니다^^*. 일요일 오후 내내 눈이 내리고 있네요. 오랜만에 펑펑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오히려 차분해지더군요. 다름은 아니라 이 번 회부터 한 회당 분량을 조금 더 늘이려고 해요. 그리고 좀 더 빠른 내용 전개를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눈 오는 주말 오후 차분히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