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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ctuary Oct 03. 2024

#012(D-89) 공항가는 길

선물같은 하루

공항으로 누군가를 배웅하러 간 적은 많지만 입국하는 누군가를 맞이하러 가는 건 오랜만이다.


기다리는 사람이 늦은 오후 도착예정이었는데 오늘 날씨가 너무 좋고 휴일인터라 일부러 여유있게 출발해서 일찌감치 공항에 도착했다. 도착까지 시간이 꽤 많이 남아서 차를 주차하고 파리크라상에서 커피와 빵을 먹었는데도 도착시간까지 여전히 시간이 남았다. 할 일이 마땅히 없어 지루해졌고 점차 입국장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갖가지 다른 모습과 많은 짐들을 들고 도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게 되었다. 


엄청나게 큰 캐리어 서너 개를 겹쳐서 간신히 끌고 나오는 젊은 여성, 어린 아이 셋을 유모차에 그리고 한손으로 잡고 동시에 짐을 끄는 수퍼파워를 보여주는 엄마, 가볍게 작은 가방만 들고 나오는 초로의 남성...각각 어떤 사연을 가지고 오는 건지 상상해보았다. 노란 꽃다발을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젊은이(캐주얼 정장차림에 신발은 슬리퍼...)도 보였고 긴 카메라 렌즈를 들여다보던 사람은 마스크와 모자를 쓴 마른 체형의 젊은 여성 두 명이 입국장으로 빠져나오자 서둘러 셔터를 눌러대고 그들을 따라갔다. 연예인인가? 그런데 아무리 살펴보아도도 도저히 누군지 모르겠어서 같이 온 일행들에게 물어봤으나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예전에 My Aunt Mary 라는 밴드의 <공항가는 길>이라는 곡을 좋아한 적이 있었는데 그 노래를 들으면 그 당시 영국과 한국을 일 년에 두 번씩 드나들던 때 한국에서 영국으로 출국할 때의 텅빈 듯 쓸쓸하던 마음이 떠오른다. 시끄럽고 사람많고 활력이 넘치던 한국에서 출발하여 열 몇 시간 기내에서 자는둥마는둥 피곤하게 있다가 지친 채로  영국 히드로 공항에 내리면 이미 밖은 어둑어둑했었다. 길고 지루한 입국심사줄을 기다려서 겨우 공항을 빠져나오면 다시 기차를 타고 런던 외곽의 집에 도착했는데 이 때 너무도 적막하고 (노이즈 캔슬링처럼) 너무도 공기가 맑은데 가슴은 먹먹해지고 싸아해지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땐 혼자살던 때여서 더욱 외로움이 사무쳤었는지도 모른다.



공항과 연결된 여러가지 기억들이 뒤엉킨 채 갑자기 심란한 마음이 들었을 무렵, 지연된 항공편으로 예정시간 간보다 늦게 나온 지인을 반갑게 맞이했다. 환승까지 해서 무척 피곤해보였지만 한국에 온 설레임 때문인지 목소리는 밝았다. 


인천공항에서 집으로 오는 시간이 마침 저녁노을이 천천히 저무는 시간이라 차 안에서 1시간 반 동안 멋진 가을 하늘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하늘 빛깔도 구름의 형상도 점차 핑크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아무리 그림을 잘 그린다한들, 이런 자연의 모습을 어찌 다 담을 수 있으랴. 아무리 사진을 잘 찍어도 인간의 눈으로 보는 이 풍경은 결코 다 재현할 수 없을 것이다.

퐁당퐁당 휴일과 일하는 일이 교차되는 이번 주의 마지막 휴일이 지나간다. 그래도 내일만 지나면 다시 주말. 오늘은 뜻밖의 선물같은 아름다운 하늘과 구름을 봐서 더욱 감사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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